어떤 소설을 쓰세요? 그 질문이 늘 어려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순문학은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기분이었고, 장르 소설을 쓰기엔 논리와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었고, 대중 소설을 쓰기에는 대중의 취향과는 동떨어진 사람 같았다고. 다만 예쁘고 슬프게 느껴지는 것들을 적고 싶었어요. 수신자가 없는 위로였죠, 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어찌 보면, 사사롭고 소소해서 때론 시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읽고 나면 고개를 옆으로 한 번 돌린 기분이 든다. 익숙한 골목에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는 예쁜 것들 대부분이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처럼, 잠시나마 간직하고 담아두고 위로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있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남아버린 이야기. 결정적 사건이 없어서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결정처럼 남은 이야기. 설명하기 어렵고, 그래서 혼자 간직할 수 있는 그때의 비밀스러운 감정들. 글을 쓰면서 오늘 더 깊어지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김그루’가 세상에 내미는 첫 번째 소설집 ‘낙엽 하나가 자랄 때’다.
“저는 깊은 인간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글을 좋아해요”라는 말을 굳이 덧붙이는 그는 그의 단편소설 속 인물들과 닮은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그를 ‘인디 소설가’라고 부르기로 했다.
저녁이면 이마트에서 행사상품을 둘러보는 사람. 고추 참치와 마시는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 글 쓰는 학과를 졸업했지만,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여기 에 적지는 못하는 사람. 뱃길에서 자주 울고, 해장은 햄버거나 순댓국으로 해결.
인스타그램 @grugle_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
낙엽 하나가 자랄 때
황보 사영
지구가 멈추던 날에, 첫눈
일어났어
열두 시의 무대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