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별건가? 국가가 같잖아진 한 꼴통이
아예 국가를 만들어 신나게 놀다가 뒤집어엎어버렸다!
“지옥 같은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는 이야기는 여럿 있지만 아예 나라 하나를 만들어버리겠다는 상상은 그 자체로 전복적이다. 그토록 어마어마한 일이 대단하고 비장한 동기가 아니라, 오로지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천진난만한 마음들에서 비롯한다는 점에서 도발적이다. _이준익(영화감독, <왕의 남자> <사도> 감독)
하루에도 수십 척의 선박이 들락거리고, 바닷속에는 미국과 중국과 러시아의 잠수함이 왔다 갔다 하며, 하늘에는 한국, 중국, 일본, 미국의 레이더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피고 있는 동중국해. 바로 그 깊숙한 해저에 오늘도 은밀하게 꼭꼭 숨어 있는 땅이 있다. 독특한 모양으로 솟아오른 두 개의 사암 봉우리와 그 봉우리를 둘러싼 평평한 해저면. 이 땅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 오직 열한 명뿐!
대체 이들은 무슨 깡으로 이곳에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2028년 6월 23일, 이 땅의 주인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동네 꼴통과 그의 열 명의 동지들이 비밀리에 벌이는 좌충우돌 ‘국가 만들기 프로젝트’. 현재의 국가가 당면한 문제와 미래 국가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경쾌한 모색을 담은 SF 소설.
“영원히 행복할 의무를 부여합니다.”
모두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도발적이고도 경쾌한 제안!
“목숨 걸고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치르는 나라가 아니라, 살살 살아도 모두 의미 있고 행복한 나라를 우리는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잘사는 나라, 이건 20세기적 상상이다. 그다음 단계의 국가는 어떤 것일까?” _우석훈(경제학자, 『88만원 세대』 『국가의 사기』 저자)
모름지기 건물이 하늘을 가리면 안 된다는 원칙하에 낮게 지은 집, 창밖으로 펼쳐지는 하트 모양의 푸른 바다,
자동차도 필요 없고 모두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오가는 마을, 굳건한 국방시스템 덕에 국민을 군대에 보내지 않는 나라…… 상상만으로도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이 호사를 어느 국가의 시민들은 당연스레 누린다. 뿐만 아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신나고 재밌게 노는 방법을 가르친다. 인공지능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고, 기업은 노동을 할 수 없는 인간에게 자신의 소득을 배분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전 국민이 광장에 모여 축하파티를 열어주고, 대통령이 ‘영원히 행복할 의무’를 부여함과 동시에 펜던트 목걸이를 아기 목에 걸어준다.
이 모든 일들이 정말 가능할까? 물론이다. 상상만으로도 허무맹랑할 법한 이야기가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작지만 강한 나라, ‘아로니아공화국’에서는 ‘실제로’ 펼쳐진다. 소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국민의 존엄과 평화와 자유를 찾아 새로운 영토를 건설하고 국가를 세워 자신들만의 신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펼쳐 보인다.
막연하게나마 꿈꾸었던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 그리고 심지어 그런 국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 여전히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현실에서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없다. 주인공 김강현과 그의 열 명의 동지들이 그러했듯, 지구상 곳곳에 숨어 있는 무주지(無主地)를 당신도 ‘운 좋게’ 찾아낸다면.
“김 선생님, 세상에는 누구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무주지들이 제법 있다고 하셨지요? 아마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분쟁지역도 있을 것이요. 그래도 나는 JDZ에다가 국가를 만들라요. 라파엘 성님하고 내가 발견했고 우리가 눈앞에서 보고 살폈던 곳이요. 어렵다고, 어려울 것이라고,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고 우리 것을 두고 어딜 가것소? (……) 흐흐흐, JDZ만큼 재밌는 곳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겄소? 나는 말이요. 큰놈 하나 작은놈 하나 그라고 LFEN 위에다가 국가를 만들라요.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구성원들이랑 징하고 멋지게 살아불라요.” _본문 198쪽 중에서
동급생을 삥 뜯던 동네 꼴통이
국제법을 쌩까고 바다 한가운데 국가를 만들었다!
2014년 4월, 몹시 스산했던 그 봄날, 소설가 김대현은 국민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나 몰라라 하는 국가는 국가로서 자격이 없다, 자격이 없는 국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 그렇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국가를 버리고 국민이 국가 그 자체가 되는 재밌고 신나는 국가를 만들어보자.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왜? 도대체 왜 송성철은 보고서를 들고 온 것일까?
“큰일날 뻔했소. 제일로 중요한 것을 빠트렸지 뭐요. (……) LFEN이 무슨 약자인지 말 안 했지요. The Land of a Fun and Exciting Nation. LFEN은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땅이라는 뜻이요.”
뭐 하자는 거냐? 재밌고 신나는 국가의 땅? 코웃음을 치며 장을 넘긴 나는 달랑 한 줄로 적은 마지막 문장을 보다가 깔깔깔 웃고 말았다.
‘큰놈이랑 작은놈이랑 LFEN 위에다가 국가를 만들라요.’
에라, 미친놈! _본문 191쪽 중에서
동급생을 삥 뜯던 동네 꼴통에서 권력과 자만으로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검찰청을 박차고 나온 꼴통 검사로 이름을 알린 소설의 주인공 김강현은, 전업주부로서의 여유로운 나날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투리를 쓰는 낯선 사내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그것은 바로 한중일미 4개국의 군사 레이더가 두 눈을 부릅뜨고 살피는 시퍼런 바다 ‘동중국해’에 새로운 국가를 함께 건설하자는 것.
터무니없다며 코웃음 치던 김강현은 전 세계 오직 11명만 알고 있는 이 비밀스런 프로젝트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 ‘국가 건설’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앞에 두고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던 때 벼락 같은 호령으로 그를 이끈 그리운 아버지, 아로니아공화국을 지켜줄 방패인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의 패기 넘치는 담판, 한국과 일본을 뒤통수치고 마침내 성공적으로 국가를 건설하던 순간의 환희와 전율, 그리고 정말로 국민이 국가 그 자체가 되는 국가 ‘아로니아공화국’의 유토피아적 이미지까지, 20년 동안 초극비리에 벌어진 좌충우돌 ‘국가 건설 프로젝트’가 소설 속에서 환상적이고 유쾌하며 신명나게 펼쳐진다.
“로아 킴, 로아 킴!”
건국시민들이 나를 연호했다. 아로니아공화국은 누군가의 아로니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로니아…… 나는 나서지 않았다. 우리들은 밤을 새우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건배를 외쳤다. 파랗게 드러나는 첫 새벽, 나는 전율했다. 무엇이 우리를 가로막으랴? 파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붉게 물들고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로니아공화국의 첫 번째 태양을 바라보며 나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
아로니아여, 처음과 같이 영원토록 무궁하리라! 강하고 새로운 국가 아로니아공화국이 세상에 태어났다.
_본문 344쪽 중에서
한 시대를 살았고, 살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분노도 아픔도 뭉클함도 모두 담긴 추억 가득한 이야기들!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1970년대의 대한민국부터 2038년의 미래 국가 아로니아공화국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SF 소설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승승장구하던 군부독재 정권, 시민들이 독재 타도와 자유를 외치던 민주화운동 시기, 전라도 출신은 전부 ‘빨갱이’로 치부하던 때를 거쳐 재벌기업 회장과 자식새끼들의 주머니만 불리던 국가부도 위기 상황,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까지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배경 삼아 다이내믹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뼈아픈 과거와 부조리한 현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주인공 ‘김강현’이 ‘국가를 버리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수밖에 없는 당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렇다고 피곤한 정치, 국가 이야기만 하자는 건 아니다. 퀴퀴한 종이 냄새가 폴폴 피어나는 만화방, 추억의 간식 ‘쫄쫄이’와 ‘아폴로’, MBC청룡과 삼성라이온즈의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경기, 14인치 골드스타 컬러텔레비전 등 추억을 소환하는 풍부한 이야깃거리에 때로 마음이 뭉클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국가의 탄생과 소멸 과정 속에서
개인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묻다
나는 한국이 싫어서, 짜증나서, 살고 싶지 않아서 아로니아를 만들지 않았다. 아로니아 건국시민 3412가구 7530명은 누구도 자신이 살던 국가가 싫어서, 짜증나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서 아로니아를 만들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가 살던 국가와 싸우고 지치고 미워서 떠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던 국가에 최선과 정성을 다했으므로 어떠한 미련도 없었고 어떠한 미련도 원망도 후회도 남지 않았으므로 당당하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새로운 시작은 회한이 없어야 하는 법.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새로운 친구가 됐고, 강하고 새로운 국가 아로니아는 언제나 우리를 보듬고 안아주는 믿음직스러운 우리들의 친구였다. 우리 모두는 아로니아공화국의 자랑스러운 건국시민들이었다. _본문 345쪽 중에서
『나의 아로니아공화국』은 그러나 단순히 국가를 만드는 쾌감 섞인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거침없이 그린 이 소설은, 자신의 존엄을 보장해주는 국가 안에서 인간은 과연 진정으로 행복한지, 그게 아니라면 과연 어떤 대안적 삶을 모색해볼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색다른 관점에서 제안한다. 국가 존재의 의의와 개인의 행복에 대한 묵직한 물음 또한 담겨 있다. 자유와 행복, 권력의 폭력성과 탈권위, 브로맨스와 사랑, 정의와 추잡함 등 세상사의 다양한 면면을 담은 이 소설은 날것 그대로 느껴지는 자유분방하고 속 시원한 문체, 속도감 있는 문장, 만화적인 기발한 상상력 역시 도드라진다.
한때 시나리오작가였고 지금은 소설가인 김대현은 마치 재미가 의미보다 크다고 일갈하듯 시대의 우울과 분노를 비누거품처럼 경쾌하게 터뜨려버린다. 만화방에서나 느낄 법한 소년의 몽상을 ‘새 나라 만들기’까지 몰아붙인 뚝심 역시 그답다. _조철현(영화감독, <나랏말ᄊᆞ미> <몽유도원도> 감독)
1968년에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단편영화 <영영>으로 칸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핀란드 탐페레국제단편영화제에서 디플로마스오브메리트를, 이란 국제청년단편영화제에서 1등상을 수상했다. 이후 영화 시나리오와 TV 단막극을 집필했다. 장편소설 『홍도』로 제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목등일기』(2015)를 펴냈다.
1부
잘 자고 일어났더니 한밤중
당신 새끼만 돼요?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이야
요망한 년
무엇을 더 바랄까?
배롱나무길 맨 마지막 집
다녀오꾸마
남사스럽구로!
아무도 오지 마
쓰레기장을 탈출하는 요령
2부
큰놈 하나 작은놈 하나
너 같으면 서겠냐?
한일공동개발구역
국가를 만들라요
빨간 철골조 건물
사막에서 길을 잃다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미친 소리인 줄 알지만
3부
아로니아공화국 건국준비위원회
하오하오츠바
담판
왈칵 눈물을 쏟다
국가의 조건
코드블랙
기호 1번 토마스 스완슨
굿모닝 아로니아!
*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