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의 저자들이 쓴 블록체인 완결판
2017년 뜨겁게 달아올랐던 비트코인 신드롬 속에서 냉철하면서 분석적이고 동시에 객관적인 시각이 돋보였던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은 갈피를 못 잡는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도대체 이 신기술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온통 세상이 열광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제대로 정리된 정보를 제공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와 전직 기자인 공저자들은 이번에는 비트코인이 몰고 온 또 하나의 혁명, 블록체인이라는 주제에 도전했다. 책의 제목은 ‘트루스 머신.’ 이보다 블록체인을 더 잘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까? 블록체인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바로 ‘진실 증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몰고 올 탈중앙화와 분권화, 더 나아가 거대 IT 기업과 금융 공룡, 중앙화의 상징인 각국 정부에 도전장을 내미는 전 세계 자유주의 개발자들의 도도한 물결은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책은 우리 각자가 우리 자신에 대한 주인이 되고 더 이상 ‘신뢰받는 제3자’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혁명적인 신세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새로운 기술은 단지 금융과 IT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수백 년을 이어온 문명세계의 가치관과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도 있다. 또한 이 길로 가는 여정에 걸림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저자들의 얘기다. 그렇다면 그 장애물과 산이 무엇인지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블록체인은 진실로 인류가 그토록 바라던 ‘평등하고 민주적이면서도 게이트키퍼들의 간섭 없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을 열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미래 세상을 한번 상상해보라. 경치 좋은 시골로 드라이브하러 가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전기차에 남아 있는 배터리 전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았는데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는 상황이다. 만약 블록체인이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있는 공유경제 사회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운전자는 집 차고에 놀고 있는 전기콘센트를 공유해서 수익을 얻으려는 근처 누군가의 집을 찾아서 갈 수 있다. 이용한 전기대금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지불시스템을 통해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으며 이 암호화폐는 자동차 컴퓨터 속에 있는 전자지갑에서 해당 가정의 전기 계량기 지갑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당신은 이 집이 누구 집인지, 믿을 만한지, 아니면 진짜 이 집이 전기라는 미끼를 통해 내 전자지갑에 악성코드를 심으려고 하는 것인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전기를 제공하는 집의 소유자도 마찬가지로 전기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분산된 신뢰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양 당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이용하는 장치와 거래내역들이 변조되지는 않았는지의 여부를 알려주고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금융, 기술, 법규, 경제, 전반에 걸쳐 일어나게 될 ‘파괴적 혁신’에 대비하라
아직도 익명의 인물로 남아 있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화폐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수많은 금융기관과 규제기관, 기관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 통화정책자들 모두 혼란과 기대 속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 소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그 향방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매우 뜨겁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화폐(혹은 투자 대상)는 우리가 알고 있는 화폐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꿨을 뿐만 아니라, 그 기저에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세계의 질서를 재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더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경제포럼은 블록체인을 2018년의 의제로 삼았고, 각국 정부가 이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에 뛰어드는가 하면,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개발자들과 사업자들이 연이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매일, 눈만 뜨면,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이 출범하고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기업들이 블록체인 대열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줄을 잇는다.
블록체인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답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인 ‘트루스 머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블록체인은 ‘진실’을 담고 있는 ‘수정불가능한’ 장부로, 어찌 보면 ‘공증’이나 ‘내용증명’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진실의 장부’는 그런데 어느 한 사람 혹은 기관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분산해서 갖고 있으며 각 개인 정보에 대한 공개나 이용에 대한 권한은 그 정보를 제공한 개인에게만 있다. 모든 거래는 개인 키와 공개 키 한 쌍으로 이루어지며 그 사람의 이름이나 국적, 나이, 인종 등의 그 어떤 신상 정보도 제공하지 않기에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점들이 불법적으로 악용되는 사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실크로드라는 불법 마약 및 무기 거래 사이트에서 사용됨으로서 오명을 남겼다. 그러나 모든 선한 것들이 양날의 검이 될 수밖에 없듯이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이런 결점보다는 비트코인과 그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이 오늘날 만연해 있는 부패와 거짓을 어떻게 없앨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선의의 혜택을 입을 수 있을지에 대한 얘기를 우리는 더 많이 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강점은 (아직까지는) 해킹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공개형, 비허가형 블록체인 모델을 쓰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지난 9년 간 해킹에서 무사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다. 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들이 수많은 해킹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사건들과 비교된다. 우리가 자주 들어온 비트코인 해킹이나 도난은 거래소를 대상으로 일어난 것이며, 비트코인 블록체인 자체가 공격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
저자에 따르면, 이처럼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유독 해킹에 강한 이유는 그것이 완벽한 오픈소스, 비허가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분산화와 암호화로 인해 해킹 비용이 거의 천문학적으로 들기 때문에 해커가 공격할 만한 유인이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근 들어 대기업 컨소시엄, 정부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 대표적으로 하이퍼레저와 심비온트 - 은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모델에서 ‘암호화’ 특징만을 취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더 관리하기 쉽고 효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신뢰받는 제3자‘의 개입을 없애려고 했던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원래 목적은 훼손될 수밖에 없으며 탈중앙화는 요원한 꿈이 되고 만다. 소위 ‘신뢰받는 제3자’들이 그동안 신뢰를 져버리고 게이트키퍼로서의 권력 남용과 부패를 일삼는 바람에 2008년의 금융위기가 온 것이었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사태가 터지고 만 것인데, 블록체인 기술이 이들의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의 ICO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의 아이디어만 가지고 수백억 원의 자금을 쉽게 끌어들이는가 하면 스스로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한다. 비트코인의 경우는 코인 하나를 얻기 위해 모두 평등한 자격으로(창시자인 나카모토마저) 채굴에 참여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이더리움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자기들 몫을 떼어놓고 ICO를 진행함으로써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버블이 꺼질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신뢰
이런 잡음 속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열기는 뜨겁고 개발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지만, 지금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분야는 ‘금융’과 ‘신원증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세계적으로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20억 명의 사람들이 금융 서비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그 경제적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밖에 스스로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는 난민들과 자신의 자산(아무리 소액이라 해도)을 공증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신분과 자산에 대해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이를 통한 신용이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개개인은 물론이고 해당 국가의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밖에 현재 에너지와 저작권 보호, 보건의료, 환경보호, 인권 보호, 사물인터넷, 제품 이력 추적, 개인 간 전력 거래 등, 수많은 분야에서 블록체인 적용을 위한 개발이 이루어졌거나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은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는 오늘날, 정부와 IT기업, 은행 같은 ‘신뢰받는 제3자’들이 우리가 만드는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대신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뢰가 필요하지 않은’ 기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과 IT 디바이스를 필요로 한다. 일단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통제받지 않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전제되어야 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악성 소프트웨어와 불량 부품 등이 심어져 있다면 우리가 아무리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입력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블록체인’이라고 입력하면 ‘블록체인’이라고 화면에 떠야 하고 그것이 그대로 전송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때로 우리를 배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한번 입력된 정보가 ‘수정불가능’하다는 것은 원천 정보의 순수함과 진실됨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등기부가 없거나 미비한 개발도상국가에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등기부를 만들 경우, 거기에 처음 입력되는 정보들의 진실성을 확인해줄 제3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부패로 얼룩진 나라에서 재산 소유권에 대한 확실한 원천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이 신뢰의 필요성을 없앤다기보다는 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는 기술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 그 누구도 ‘트루스 머신’을 멈출 수 없다
저자들은 제목 그대로 블록체인이 바꾸게 될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책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블록체인을 왜 ‘분산장부’라고 부르며 왜 ‘장부’가 그토록 중요한 것인지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 먼저 설명하고, 장부의 기입이 제대로 되지 않고 그 검증에 실패함으로써 겪게 된 피해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이 책에서 블록체인에 대해 무조건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각종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암호화폐 내부의 기술적 충돌,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느린 개발 속도,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구 제도권 세력들의 블록체인 사유화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한 탈중앙화, 비허가형 블록체인은 인류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신뢰의 망을 형성했으며 그 망은 비록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를 가지고는 있으나 원천적으로 안전하다. 정말 대담하게도, 비트코인이 인류의 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들은 의심의 여지없이 ‘YES’라고 대답한다. 영원히 남는 비트코인 거래에는 숫자만이 남는 것이 아니다. 매 비트코인 거래 시에 사람들이 남기는 메시지도 같이 기록된다. 나카모토는 ‘구제금융 임박’이라는 메시지를 최초의 거래에 집어넣었다. 이후 사람들은 연인에 대한 사랑의 메시지, 우정의 글, 광고, 에세이, 시 같은 것들을 기록했고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시리아에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는 난민들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간절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류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어쩌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고 이것은 또 다른 ‘휴머니티’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그 어떤 정부도, 기업도, 여기에 벽돌을 쌓아 막거나 그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트루스 머신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것이다.
코넬대에서 아시아 미디어관련 전공으로 졸업 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수석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런던, 방콕, 자카르타, 퍼스 등지에서 25년 간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전 세계 경제 및 금융 트렌드를 주로 다뤘다. 현재는 MIT 미디어랩의 디지털 통화 이니셔티브에서 분산원장 소프트웨어 및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와 블록체인의 실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밖에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가장 잘 알려진 뉴스 매체인 <코인데스크>의 자문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저서로는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2016), <불공정 거래: 부서진 금융 시스템으로 중산층을 파괴하는 법> (2012) 등이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한 도구
1장 신의 프로토콜
2장 디지털 경제를 \'관장\'하다
3장 기술 그리고 정치
4장 토큰 경제
5장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6장 오래된 게이트키퍼의 변신
7장 선의의 기술 블록체인
8장 자기주권 신원증명 시스템
9장 모두가 창조자인 세상
10장 디지털 시대를 위한 새로운 헌법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