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시인의 그림

이학성 지음 | 하늘연못
  • 등록일2018-01-24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20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그의 그림은 낡았다. 세월의 풍상을 견디지 못했다. 귀퉁이가 해지고, 군데군데 얼룩이 지거나 칠이 벗겨지고, 구기거나 접힌 흔적이 역력했다. 그렇다고 그의 숨이 다한 것이랴. 세월에 장사가 없는 허다한 것들처럼 안타깝게 생명의 온기가 꺼진 것이랴. 탁자에 엎드려 누군가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보고 또 보며 조심스레 말을 붙였다. 그러자 천년 주술의 잠을 떨치듯 그들이 깨어나 또렷한 눈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렇게 비롯되었다. 헤어진 살붙이가 다시 만나듯 저들의 절절한 만남이 이 책을 낳았다. 시인은 얼마나 그것들을 들여다보았던 것일까. 그림들은 또 얼마나 많이 화답해 주었던 것일까. 저들이 나눈 교감의 깊이가 지면 곳곳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웅숭깊다. 그래서인가 눈길을 잡아 끄는 편편의 이야기들이 허투루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 그것들은 마치 펜의 고요처럼 사각거리며 새어나온다.

“펜은 요술쟁이다. 단번에 오빠의 얼굴을 달라 보이게 한다. 그의 어떤 힘이 저 개구쟁이 오빠를 책상 앞으로 끌어 당기고 의젓하게 만드는 걸까. 나를 돌봐줄 시간마저도 고스란히 앗아가는 걸까. 그걸 쥔 오빠 모습은 꽤 진지한 어른 같다. 그가 뭐라고 오빠에게 주술을 거는 걸까. 사각거리는 저 소리가 바로 그것일까. 그의 힘은 신비하다. 그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 한순간에 백지 전체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누구라도 그와 함께 성장한다. 그래서 펜의 힘을 위대하다고 하는 것일까. 누구도 그 요술을 흉내내지 못한다. 그의 힘을 빼앗지 못한다.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기회가 내게도 올 것이다.”(본문 24쪽, <펜의 힘> 전문)

시인은 말한다. 그림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가. 들여다볼수록 얼마나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는가. 저들이 던지는 아름다운 마력에 그 무엇을 견주겠는가. 그래서 어떤 그림은 온 생애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울림의 말을 쏟아내고 커다란 영감을 불어넣는다.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노래하게 하고 그 찬가를 낱낱이 기록하게 한다. 때로 그것들은 “생의 좌절에서 일으켜주었고, 땀과 일굼의 가치를 알게 해주었으며,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배움과 진리의 숭고함을, 진실과 거짓이 왜 다르며, 희생과 분배와 정의가 무엇인지 일깨워주기도 했다”고 시인은 그림과 동행한 낱낱의 사정을 이 책에 털어놓는다.
저토록 시인의 그림 사랑이 각별하다. 총 91편의 그림과 나눈 곡진한 이야기들이 이채롭다. 세간에 덜 알려진 다수의 그림들을 접하게 되는 기쁨도 크다. 어찌 그것들이 낡았으며, 숨과 온기가 다한 것이라고 말하랴. “책상에 엎드려 그것들을 얼마나 많이 들여다보았던가. 그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생을 바꿔놓을지 어찌 알랴. 거듭 또 거듭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얼마나 행복했던가. 또 얼마나 아늑한 꿈을 꾸었던가. 신비하게도 이 그림들은 들여다볼 때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로 말한다. 이 책은 그 울림과 신비의 일부를 채록한 흔적이다.” 시인은 여전히 그것들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꿈꾼다. 안식과 고요를 꿈꾼다. 누구든 이 책을 펼쳐든 순간, 그것이 어찌 그만의 것일 수 있으랴. 아무리 시간이 흐른들 어찌 그들이 퇴색하겠는가. 저들이 있어 세상은 더욱더 영롱하게 반짝거리거늘.

저자소개

경기 안양에서 태어났고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마쳤다.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여우를 살리기 위해』 『고요를 잃을 수 없어』를 냈다.

목차

自序

제1부 봄의 노래

천상의 악기
로소 피오렌티노, <퓌토의 연주>

가족의 힘
프레데릭 조지 코트먼, <가족의 일원>

여인과 실
로드 프레데릭 레이턴, <타래 감기>

망치
루카 조르다노, <불카누스의 대장간>

늙은 어부
윈슬로 호머, <안개주의보>

나무를 다루는 일
로베르 캉펭, <메로드 제단화>

펜의 힘
알베르트 안케, <글 쓰는 소년과 여동생>

잠깐의 기도
애너 블런던, <오직 한 시간 동안만>

고요
빌헬름 함메스허이, <스트랑가데 30번지 건물의 내부>

고집스런 항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오디세우스와 세이렌>

잉잉거리다
피터르 브뤼헐, <양봉>

강박
존 헨리 푸셀리, <양치기의 꿈>

출정
에드먼드 블래어 레이턴, <갓 스피드>

살인자
알브레히트 뒤러, <아벨을 죽이는 카인>


루카 조르다노, <밧줄을 당기는 젊은이>

연못
클로드 모네, <수련>

물의 바닥
에드워드 번 존스, <비너스의 거울>

물의 도시
카날레토, <두칼레 궁전에서 부두로 돌아오는 총독의 배>

마천루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

전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수태고지>

걸음의 후예
빈센트 반 고흐, <첫걸음, 밀레에게서>

키스
프란체스코 하예츠, <입맞춤>

제2부 여름의 꿈

피혁공의 하루
페더 세베린 크뢰이어, <이탈리아 마을의 모자제조공>

여름의 꿈
로드 프레데릭 레이턴, <타오르는 유월>

일격
페도르 플린처, <패닉>

잃어버린 모자
존 제임스오듀본, 『미국의 새들』

피터의 초대
제임스 샌트, <동화>

일찍 일어난 새
제임스 티소, <돌아온 탕자>

형벌
테오도르 롬부츠, <프로메테우스>

부러진 날개
안드레아 사키,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아픈 사람
펠릭스 발로통, <환자>

혼자 노는 아이
폴 필, <비눗방울을 부는 소년>

젖줄
페테르 파울 루벤스, <은하수의 탄생>

기름진 식사
피테르 아르트센, <성 가족과 고기음식이 있는 정물>

향기
로렌스 앨머 태디마, <헬리오가발루스 황제의 장미>

두 개의 항아리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다나이데스

나귀와 방랑자의 호수
카스퍼 다비드 프리디리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유혹
귀도 레니, <요셉과 보디발의 아내>

빛과 그림자
조제프 브누아 쉬베, <그림의 발명>

등뒤의 눈
오딜롱 르동, <감은 눈>

침묵의 숲
빈센트 반 고흐, <두 사람이 있는 덤불>

나무와 시인
구스타프 클림트, <나무 아래 핀 백장미>

강물에 띄운 편지
조앤 브럴 이 비니욜레스, <꿈>

작은 배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바다 한편, 거친 물살을 오르는 고기잡이배>

금지된 노래
로렌스 앨머 태디마, <호머의 낭송>

꽃등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제3부 가을의 시

들리지 않는 노래
후고 짐베르크, <부상 입은 천사>

눈물
에드워드 번 존스, <여인의 머리 연구>

피도
브리튼 리비에르, <망자를 위한 기도>

숨결
벤저민 웨스트, <황금시대>

악연
프란시스코 고야, <곤봉 결투>

사라진 거인
귀스타브 도레, 단테의 『신곡』 중 <지옥편>

그의 이름을 아는가
야코포 바사노, <착한 사마리아인>

척후병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케어스팅, <전초근무>

쫓기는 사람
하몬 마르티 알시나, <범인>

두꺼운 책
윈슬로 호머, <개울가에서 읽기

구애
프랜시스 휘틀리, <소박한 연인>

농부의 가을
안나 앙케, <추수하는 사람들>

넝쿨
마리아노 포르투니, <식물학자>

건강한 만찬
한스 호프만, <붉은 날다람쥐>

부러진 나무
어거스트 카펠렌, <썩어 가는 몸통에 관하여>

장바구니 채우기
카미유 피사로, <퐁투아즈 채소 시장>

젊은 상인
한스 홀바인, <상인 게오르그 기체의 초상>

소년과 자전거
다안 혹스마, 1907년경 네덜란드의 자전거 광고포스터

피니시블로
조지 웨슬리 벨로스, <샤키의 사내들>

부재
산티아고 루시뇰, <화분과 커튼이 놓인 발코니>

떨어진 단추
빌헬름 함메스허이, <휴식>

바람에게 묻다
이스트먼 존슨, <내 뒤에 남은 소녀>

구름의 현자
엘리자베스 시펀 그린, <여행>

제4부 겨울의 헌사

저녁의 신
장 프랑수아 밀레, <달빛의 초원>

마지막 수업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 <어린 학생과 그의 스승>

곤경
이시드레 노넬, <궁핍>

독배
자크 루이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

저 천체를 보라
스테파노 델라 벨라,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첫 작업>

암투
페르디난트 테오도어 힐데브란트,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을 노리는 살인자>

검증
헤릿 다우, <촛불을 밝힌 천문학자>

등잔이 꺼진 탁자
빈센트 반 고흐, <성서가 펼쳐진 정물>

밀실
요한 페터 하젠클레버, <열람실>

장사의 시대
오노레 도미에, <괴력자>

매의 눈
포드 매독스 브라운, <아조 왕자의 두상 연구>

밤의 노래
윌리엄 드구브 드 뉭크, <브뤼셀 왕립 공원의 밤>

순례
알브레히트 뒤러, <죽은 파랑새>

성탄목
헤르만 코흐, <가르텐라우베>의 삽화

부엌의 비밀
테오도르 민트로프, <작은 요정들>

아홉 번째 잔
아드리엔 브라우어, <격렬한 묘약>

동력
제임스 엑포드 로더, <19세기의 여명, 제임스 와트와 증기기관>

창공에서
1911년 앙드레 보몽의 블레리오 단엽기

대량살상무기
존 싱어 사전트, <개스드>

갈 수 없는 나라
프라 카르네발레, <이상 도시>


프랭크 브램리, <하늘의 왕국>

지구의 시간
윌리엄 블레이크, <옛날부터 계신 이>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