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나오키상 수상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본격 공감 에세이
“나이 따위 아무래도 좋아!”
중년의 소설가가 마흔 넘어 알게 된 세상살이의 맛
‘나이가 들었다’라고 느끼게 되는 첫 번째 계기는 바로 예전 같지 않은 몸이다.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 역시 40대를 지나면서 난데없이 찾아온 신체적 변화가 조금 슬프다. 집중력이 떨어져 예전처럼 글을 쓰는 게 벅차고 책을 읽는 속도도 느려졌다. 음식을 먹을 때 어쩐지 지저분해지고 또래들과 이야기 화두는 자연스레 건강검진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서는 한 끼 굶는다고 체중이 줄지도 않고 나잇살 때문에 얇은 옷을 입는 게 두려워졌다.
섬세하고 날카로운 심리 묘사로 일본에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필력을 인정받고 있는 가쿠타 미쓰요는《무심하게 산다》에서 이러한 ‘몸’의 변화를 통해 나이 듦에 관한 두려움이 기대로 바뀌는 흥미로운 과정을 썼다. 그간 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변한다는 건 사실 재미있는 일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해가는 시간들
20대의 나는 어른들이 말하는 그 변화가 두려웠다. 육류와 기름진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나는 마블링이 들어간 고기보다 살코기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 회라면 흰 살만 찾게 되는 것이, 그리고 감기에 걸렸다 하면 질기게 오래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 이후부터 나는 내 몸에 그런 변화가 언제 일어날지 내내 조마조마해 했다. 이대로 변화가 찾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마블링이 들어간 고기와 튀김, 참치 뱃살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감기를 모르는 튼튼한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저자는 20대 무렵, ‘예전 같지 않은 몸’에 대해 서로 지지 않고 자랑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조금 의아하기도 했다. 나이가 드는 게 좋은 일은 아닐 텐데, 어떤 점이 저렇게 유쾌한 것일까. 언젠가 다가올 그 시간이 두려웠던 저자는 ‘나만은 예외가 아닐까’ 하는 기대와 불안으로 30대를 지나 40대를 넘겼다.
‘나’라는 사람은 확고하니 달라지지 않으리라는 믿음, 변함없을 거라는 그 믿음이 변한다는 게 두려웠지만 막상 40대가 되어보니,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나 자신, 바뀌기 시작하는 몸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조금씩 ‘나이 듦’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변화는 흥미롭다고 생각한 저자는 약간은 설레는 마음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만큼 두려운 것도 없었다. 그깟 ‘살코기’와 ‘기름진 고기’가 ‘나’의 정체성을 뜻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또한 저자는 40세가 지나서야 제대로 알게 된 두부 맛에 대한 이야기, 기미와 주름이 생긴 손등을 가만히 쳐다본 날, 나이와 성숙함은 별개의 문제라는 깨달음, 점점 굳어져가는 내면에 대한 고찰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애쓰며 전전긍긍하지 않고
내 나이가 쌓여가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본다
다르게 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그게 바로 늙는 것.《무심하게 산다》는 이제 마주서야 할 것은 멋진 이성이 아니라 ‘지금의 나’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력을 유머 있게 그려내고 있다. 세월 앞에 달라져가는 나의 몸이 조금은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내 앞의 변화를 무심하게 받아들이며, 세월에 맞서기보다는 ‘지금의 나’와 사이좋게 지내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1967년 가나가와에서 태어나 와세다 대학 제1문학부를 졸업했다. 《공중정원》《대안의 그녀》《8일째 매미》《종이달》《무심하게 산다》《마더 콤플렉스マザコン》《트리하우스ツリ-ハウス》《저편의 아이かなたの子》《내 안의 그녀私のなかの彼女》《록엄마ロック母》 등 다수의 책을 썼다.
프롤로그
내가 모르는 나를 알다
식탐은 강해진다
그것은 난데없이 찾아온다
재난도 별안간 찾아온다
다이어트의 진실과 거짓
‘만약’의 미래
쓰지 않아도 줄어든다
굳어져가는 내면
귀여움의 속박
좋아하는 말
안경을 동경하다
아, 신이시여
기다리고는 있지만
강하거나 약하거나
눈에 보이는 나이
서글픈 저하
급한 성격과 집중력
얇은 옷이라면 몸서리치는 나이
다 나이 탓이라고?
사람의 손이 가진 힘
영혼을 닮은 무언가
바륨의 진화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숨은 알레르기라는 것
의자와 세월
점은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의 모순
젊음을 되찾은 수면
이것이 꿈꾸던 것인가
변화의 속도
손꼽아 기다리지는 않건만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