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 한국문학의 새로운 플랫폼이고자 문을 열었던 문학동네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을 발간, 그 첫 스무 권을 선보인다. 문학의 위기, 문학의 죽음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문학의 황금기는 언제나 과거에 존재한다. 시간의 주름을 펼치고 그 속에서 불멸의 성좌를 찾아내야 한다. 과거를 지금-여기로 호출하지 않고서는 현재에 대한 의미부여, 미래에 대한 상상은 불가능하다. 미래 전망은 기억을 예언으로 승화하는 일이다. 과거를 재발견, 재정의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다. 문학동네가 한국문학전집을 새로 엮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은 지난 20년간 문학동네를 통해 독자와 만나온 한국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앞으로 세대와 장르 등 범위를 확대하면서 21세기 한국문학의 정전을 완성하고,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과 접목시키는 매개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다. <BR>;<BR>;<b>;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09<BR>;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b>;<BR>;<BR>;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9권 신경숙 장편소설 <외딴방>(1995)은 80년대의 암흑기 속에서 문학에의 꿈을 키워나가던 신경숙의 시원(始原)을 만날 수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로, 현재진행형의 글쓰기를 통해 오로지 문학만이 보여줄 수 있는 깊이와 아름다움을 표현해내어 독자와 언론의 열렬한 관심은 물론 문단의 다양한 진영에서 일치된 찬사를 이끌어냈다.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새로운 리얼리즘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외딴방>은 90년대 한국문학이 거둔 최고의 수확일 것이다.<BR>;서른두 살의 소설가인 ‘나’는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그동안 닫아놓았던 외딴방의 문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열어젖힌다. 낮에는 구로공단에서 음향기기를 만드는 공장 직원으로 밤에는 산업체 특별학급의 학생으로 생활하던 그 시절은, 현재의 ‘나’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여고 시절을 그녀의 삶 속에서 누락시키게 한다. 하루에 이만 개씩 포장해야 하는 사탕 때문에 손이 딱딱해진 안향숙과 월급봉투를 받으려다 해직당한 유채옥, 그리고 결코 과거가 될 수 없는 희재 언니가 있던 외딴방을 향해 ‘나’는 머뭇거림과 망설임을 반복하면서도 결국은 그것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BR>;떠나온 시간 속을 거슬러올라가는 글쓰기의 모험은 그러나 특정인의 체험에 갇힌 폐쇄회로에 머물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 작품에서 보게 되는 것은 몇몇 인물의 운명의 부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한 시대의 거대한 풍속화이다. <BR>;열여섯 살부터 스무 살 무렵까지의 고단하고 지난했던 시간들을 신경숙 특유의 아름답게 정제된 필치로 그려낸 이 경이로운 작품은 한편,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치열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며 작가를 꿈꾸던 소녀가 자신의 내면을 남김없이 글쓰기에 내어주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시간을 뛰어넘는 깊은 감동을 준다.<BR>;<BR>;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소설, 프루스트의 소설, 에밀 졸라 작품 속 노동자들의 서사시를 한데 엮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방대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신경숙은 놀라운 힘과 열정적 감수성으로,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은 필치로 이 모든 것을 녹여냈다. 그녀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탄생, 노동자들의 삶, 여성의 권리 그리고 작가 자신의 성장기에 대한 놀라운 작품을 선보였다. _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 선정 이유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중편소설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 상징과 은유가 풍부한 울림이 큰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작품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소설집 <겨울 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감자 먹는 사람들> <딸기밭> <종소리> <모르는 여인들>, 짧은 소설을 모은 <J이야기>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네 슬픔아>, 쓰시마 유코와의 서간집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
33개국에 판권이 계약된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외문학’(2011), 폴란드에서 ‘올겨울 최고의 책’(2012)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1993년 단편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로 한국일보문학상을, 1995년 단편소설 「깊은 숨을 쉴 때마다」로 현대문학상을, 1997년 단편소설 「그는 언제 오는가」로 동인문학상을, 2001년 중편소설 「부석사」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2011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 2013년 호암상 등을 받았고, <외딴방>이 프랑스의 비평가와 문학기자 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을,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문학 최초로 ‘맨 아시아 문학상(Man Asian Literary Prize)’을 수상했으며, 2012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에 임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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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권희철 / 끝낼수 있는 이야기와 끝낼수 없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