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는데 꼬박 일 년이 걸렸다. 향을 만드는 일과 조향사의 세계에 대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해 주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향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단순히 늘어놓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사실 향이라는 것은 내게 문학이자 일종의 소명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별개로 보일 수도 있는 이 둘은 내게는 예술이라는 정점에서 서로 만난다. 나는 이 책에 향에 관한 내 경험과 감성을 최대한 진솔하게 담고자 애썼다. 독자들과 더불어 향의 보다 넓은 세계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_ 《본문 중에서》
에르메스의 조향사 장 끌로드 엘레나가 〈에르메상스Hermessence〉 컬렉션의 향수들 같은 각양각색의 생각을 닮은 에세이, 『나는 향수로 글을 쓴다』를 통해 향수와 삶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생각을 전하고 있다. 풋내기 조향사 시절에 겪은 우여곡절과 자신을 이끌어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표현하며, 또한 자신이 끊임없이 새로운 향수를 만들 수 있도록 영감을 준 작가들과 문학 작품들 그리고 영화와 음악, 여행들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후각마저도 점차 획일화되어 가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다.
○ “향이 단어라면, 향수는 문학이다.”
향은 모두 몇 가지일까? 한 가지 색깔의 명도와 채도를 조정함으로써 무한대의 색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향 역시 무한대에 가깝다. 그런데 그 많은 향을 어떻게 구분해 낼 수 있을까? 엘레나는 향을 ‘공감각적 이미지’로 변화시켜서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향수를 만들 때 처음 자신이 맡은 향 그대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는 ‘이미지’를 재현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엘레나에게 향수는 단지 금세 증발해 버리는 휘발성 물질만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생각을 반영하는 ‘문학’과 같다.
○ 향수의 모티브
엘레나가 만드는 향수의 모티브는 ‘상상력’, ‘직감’, ‘자유로움’, 이 세 단어로 요약된다. 이탈리아의 전통시장에서 배 향기를 맡으며 다음 작품을 구상하기도 하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냄새가 할머니와 함께 꽃을 따는 일을 하며 맡았던 인부들의 땀내였다는 등의 이야기에서 소박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 최고의 조향사에 관한 생각
장 끌로드 엘레나는 최고의 조향사란, 모든 사람들이 혐오스러워 하는 냄새조차 편안함과 안식을 줄 수 있는 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향긋한 냄새가 아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꽃냄새조차 명품 향수로 만들기 위한 기본 재료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최고의 조향사라고 말한다.
○ 조향사는 코를 ‘타고 나야’ 할까?
엘레나는 조향사에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지칠 줄 모르는 인내와 과감한 도전정신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100번이 넘는 조향 과정을 거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조향사들이 사용하지 않고 자신도 사용한 바 없는 재료를 활용하여 향을 만들어 보는 대범한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 엘레나가 조언하는 향수 고르는 법.
남성 향수, 여성 향수, 유니섹스 향수, 혼성 향수니 하는 분류에는 마케팅 차원에서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있다. 따라서 각자 자기에게 맞는 향수를 자유롭게 고르고,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자기만의 향수로 만들라고 조언한다.
○ 엘레나의 향수 레시피: 집에서도 향수를 만들 수 있다!
엘레나는 집에서 누구나 만들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향들의 배합을 소개하면서, 생활에서 향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프랑스의 ‘에르메스Hermes’가 자랑하는 조향사이다. 1947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Grass에서 태어났다. 열여섯 살에 스위스 제네바의 향수전문학교인 ‘지보당Givaudan’에 입학했으며 앙뚜완 쉬리Antoine Chiris의 조교를 거쳐, 이후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매혹적인 향의 연금술사로서 성공의 가도를 달렸다. 장 끌로드 엘레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사람은 크리스띠앙 디오르의 [오 쏘바쥬Eau Sauvage]를 만든 에드몽 루드니츠카Edmond Roudnitska였다. 그에게서 후각 이미지가 가진 다양하고 미묘한 차이를 마치 컬러차트(색상표)처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시슬리Sisley의 〈오 드 깡빠뉴Eau de campagne〉, 반 클리프 앤 아르펠Van Cleef & Arpels의 〈퍼스트First〉, 입생로랑Yves Saint Laurent의 〈인 러브 어겐In Love again〉, 불가리Bulgari의 〈오 빠르퓨메 오 떼베르Eau parfumee au The vert〉, 에르메스Hermes의 〈쟈르뎅Jardins〉, 〈쥬르 데르메스Jour d' Hermes〉, 〈떼르 데르메스Terre d'Hermes〉, 까르띠에Cartier의 〈데끌라라시옹Declaration〉 등, 이미 국내에서도 사랑 받고 있는 수많은 향수들이 실은 엘레나의 ‘코 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엘레나는 오로지 그 자신이 만들고 ‘싶은’ 향만을 고집한다. 그가 조향한 향수에는 어떠한 제약에도 순응하지 않는 엘레나만의 투명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엘레나는 여러 해 전부터 에르메스의 전속 조향사로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향수를 만들 때 잘 팔릴 향수를 만드는 마케팅 차원의 전략을 경계하고, 오히려 “상상력과 영감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고 말하는데, 이 책의 머리글에서 “향이 하나의 단어라면, 향수는 문학이다.”라는 말이 바로 엘레나의 세계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는 1990년대에서야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한 ‘조향사’라는 직업의 진정성을 추구하며, 평범한 길에서 벗어나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단순성에 근거한 이른바 ‘조향 예술’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했다.
현재 국제향수박물관홍보협회(ARMIP)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조향사로 활동하는 동료들을 비롯하여 자신의 딸인 셀린느 엘레나 Celine Ellena와 함께 설립한 향수전문회사 [The Different Company]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원서 『어느 조향사의 일기Journal d'un parfumeur』는 프랑스에서 2011년에 출간된 이후, 이미 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브라질, 폴란드와 중국, 대만,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으로는 『향수Le Parfum』(2012년), 『그린향La Note Verte』(2013년) 등이 있다.
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 2013년 10월 13일 수요일
엘레나의 향수 레시피
참고문헌
장 끌로드 엘레나와 에르메스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