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되고 싶진 않고, 무엇이든 되고 싶다!
14년차 알바생의 12만 2,640시간 알바의 모든 것
이 책은 성실함과 희망을 놓지 않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 도착한 땅이다.
그 삶의 여정이, 당신에게도 믿음과 응원을 줄 것이다.
강명석 | 문화칼럼니스트, 웹진 《ize》 편집장
이것은 헬조선의 생태 보고서이자 그곳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의 투쟁기다.
작지만 소중한 그들에게 이 책을 건넨다. 88만 원에 묶어두기엔 우린 너무 귀하잖아?
이지혜 | 영화 저널리스트
‘미쓰윤’은 14년간 단 한 번도 정규직이 되어본 적이 없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누린 적도, 적금을 들거나 자잘한 저축을 한 적도 없다. 심지어 1년에 통장잔고가 남아 있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여태껏 어떻게 살아남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는 일도 많다. 덕분에 한 끼의 밥을 시급으로 쪼개어보고, 원고지를 기준으로 글자수를 200으로 나누는 습관이 들었다.
한국의 최저시급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해 시급 1만 6,000원, 이를테면 기회의 땅, 호주로 떠나기도 했다. 그리고 호주의 닭 공장에서 눈물과 땀을 구별할 수 없는 시간을 배웠다. 공장 파트타임 노동자, 과외 선생님, 선글라스 판매원, 꽃 포장, 시상식 보조, 방청객 아르바이트, 뮤직바 서빙 등 서른 개에 가까운 아르바이트를 거쳐 결국 프리랜서 마감 노동자에 이른 알바생의 잔잔하지만 치열한 생존의 기록.
지금도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않지만 어디에나 가능성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무엇이 되고 싶진 않고, 무엇이든 되고 싶다.
불쾌하지 않게, 하지만 따끔할 정도로 꼬집는 쁘띠르뽀!
삶이라는 정글을 헤쳐 나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작은 믿음과 응원
“제가 수입이 0원일 때도 있거든요”
그녀가 국민연금상담사에게 이렇게 대답하자마자 침묵이 흐른다. 기나긴 설명이 무색한 지경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수입이 0원이라는 것, 통장잔고가 채 50만 원도 되지 않아 신체검사 비용을 빚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동정해 달라는 뜻이냐고? 아니. 그런 삶도 있다는 얘기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 없으니 ‘먹고사니즘’에 매몰돼 삶이 한결 팍팍하기는 해도 꼿꼿하게 버틴다. 왜? 내일은 모르는 거니까. 미쓰윤은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B>“아저씨, 허벅지에서 손 치우시죠”
빼빼로 대신 판매 도우미 허벅지로 손이 가는 ‘개저씨’에게는 어떻게 대응할까. 그 손을 그대로 쥐고 콱 물어버릴까? 아니면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112를 부를까? 그것도 아니면 “여기 변태가 있어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를까! 미쓰윤이 전해주는 정답은 사납게 노려보기. 그리고 손을 들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서 빼빼로 선물세트 쥐어주기. 마무리는 꽁꽁 언 얼굴 근육을 움직여 억지 미소 짓기. 그렇게 에둘러서 손 치우기. 이것이 시급 인생 노동자가 살아남는 삶의 방식이다. 원고료 100만 원을 떼먹히고 법원 오르막길을 걸으며 누군가 이 길을 걷게 된다면 편한 신발을 신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방식. 주급 25만 원을 받으면서 출근 후 30시간 내리 일을 해도 꿈에 가까운 곳에 있으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방식. 세상은 헬, 지옥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이토록 웃프기 그지없다.
“그래도 손님이잖아요”
저렴한 국산 맥주만 마시는 막노동 차림의 아저씨는 뮤직바에서 ‘스타우트’ 씨로 불린다. 그가 맥주를 비우자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스타우트를 건넸던 날, 그의 눈빛이 매섭게 변한다. 스타우트 씨는 수입 맥주를 주문하고 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찬다. 미쓰윤은 이들을 향해 지분거린다. 그래도 손님이잖아요. 외모와 명함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바쁜 사회에서 그녀는 슬그머니 뾰족한 방식으로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진짜 이름보다는 ‘미쓰윤’에 가까운 삶이지만, 이 땅의 모든 미쓰윤들이 이름을 되찾고 그 이름으로 불릴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구나 비정규직을 겪어야만 지날 수 있는 시간. 그동안 사회의 부속품 대신 개개의 객체로 인정받을 수 있길, 자존감을 잃지 말길 바라며 간지럽지 않을 만큼만 거든다.
그녀의 이야기는 뿌리박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유효하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 같아 절망하고 있는 이, 자신에게 매겨진 값이 너무 하찮아서 인생이 보잘것없이 끝날까 걱정인 이들에게 그녀가 견뎌온 12만 시간은 단 1분이라도 답이 돼줄 것이다.
이 책은 비정규로 일컬어지는 ‘규정할 수 없는 언저리의 삶’을 응원하는 대한민국 프리터의 값진 기록이다. 그러니 오늘을 포기하지 말라. 우리의 내일은 누구도 규정할 수 없다.
칼럼니스트
‘미쓰 윤’ 혹은 ‘윤 알바’로 20대를 버티고 보니 윤 작가, 윤 기자, 윤 평론가, 윤 칼럼니스트, 심지어는 윤 편집장으로도 불리는 오늘을 살고 있다. 보통은 무엇인가를 쓰는데, 그중 일부가 책 『미쓰 윤의 알바일지』로 묶여 나왔다. 내가 갖고 싶은 페미니즘 굿즈를 만들면서 여성 단체를 후원하는 ‘와일드 블랭크 프로젝트’ 치마사장으로 불릴 때도 있다. 어딘가에 속하지도 않고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지도 않아 사람들이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는 존재로 사는 것도 그럭저럭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냥 윤이나. 아빠가 이름은 참 잘 지어 주셨다.
Prologue
한 달 수입이 0원일 때도 있어요
#1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
이를테면 기회의 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윤이나 도서관
독서 선생님의 미래일기
아빠와 돋보기
따뜻해졌니?
Let me introduce you, Yourself
오빠의 언어를 배워봅시다
큰 수의 뺄셈
‘일코’ 여선생의 최후
#2
세상은 삼세번
그 해 미사리
신청곡을 딛고 ‘일어나’
종로에서 마주한 인생 BGM
윤이나는 프로
초콜릿 판매왕
빌어먹을 서비스 정신
진상 손님 섭렵기
스타우트 씨의 하이네켄
이런 데서 일하시면 얼어 죽어요
#3
돈 패닉 이나
그래도 좋아요
국민 MC의 가발
핼러윈과 시월의 마지막 밤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천 달러짜리 치킨버거
아득한 알바의 미로여
10점 만점에 120점
내 꿈의 은퇴식
해바라기를 든 히어로
월드스타와의 은밀한 만남
내 낡은 서랍 속의 VHS 테이프
#4
안녕 = 안녕
자라난 후엔 하지 못할 일
아프니까 30대다
프리랜서 날아오르다
세금 그리고 머피의 법칙
어디나 똑같다
백만 원과 십이만 원
어쩌다 사장
추석 팡 포인트 팡
미션 임파서블: SUCCESS!
눈을 보며 말해요
미래에게
오만 원이면 됐다
Epilogue
무엇이 되고 싶진 않고 무엇이든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