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준에 흔들리는 부모들에게 용기를 주는 엄마와 딸 이야기
부모와 자식은 어떤 관계일까?
자신의 몸과 살을 빌어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을 것이다.
‘사랑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다오. 엄마 아빠가 너를 잘 키워 볼게.’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마주하는 현실은 만만하지가 않다.
어려서는 성장이 더디지는 않는지, 남들보다 뒤떨어지지는 않는지 하는 걱정으로,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끝없는 경쟁과 우수한 학교로 진학하기를 바라며 가슴 졸이는 현실을 마주한다. 바늘구멍 같이 좁은 취업의 문 앞에서는 ‘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떻게 먹고사나’ 하는 걱정을 떨칠 수가 없다. 제도권의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도 문득문득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다보면 불안하고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워본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의 아이를 보지 못하고 아이의 내일을 걱정하고, 세상이 요구하는 높디높은 커트라인을 뛰어넘을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를 닦달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다짐을 하며. 그러다 보면, 부모는 어느덧 아이 편에 서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아이와 관계 맺는 사람이 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운명처럼 여기며 받아들이는 현실이 아닐까.
도대체 아이와, 그리고 세상과 맺은 불화를 끊고 평화로운 일상과 아이의 성장을 안심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늘날의 부모들에게는 없는 것일까?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수많은 회의와 불안 속에서 흔들리는 부모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따뜻한 책 한 권이 나왔다. 스스로를 ‘바보 엄마’라 생각하며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27년을 살아온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스스로 어느 백만장자의 딸보다도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말하는 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을 쓴 김연교 교수는 1979년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독일인 남편을 만나 딸 윤이를 낳고, 그곳에서 35년째 살고 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갓난아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 그는 막막하고 당혹스럽기만 했다.
“윤이야, 난 바보 엄마야. 나이 서른둘에 솔직히 아무것도 몰라서 네가 무서워. 겁나지만 그래도 내가 너를 한번 키워볼게. 끝까지 사랑해볼게. 그러니 너는 건강하게만 자라줘.”
이렇게 시작된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27년 동안 이어진다.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눈을 맞추고,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집은 학교 수업을 마친 윤이와 친구들의 놀이터였고, 아이가 사춘기와 첫사랑 앓이를 할 때도, 첫 대학에서 시련을 겪을 때도 언제나 엄마는 아이 편에 섰다.
어릴 적부터 형제처럼 같이 자라온 친구들이 가장 자랑스럽다며, 여태껏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친구들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딸 윤이는 엄마를 걱정해줄 만큼 훌쩍 자라 스물일곱 청년이 되었다.
베를린에서 수능 성적이 뛰어난 학생 몇 명에게 주는 닥터 하베나 상을 받았고, 독일 엘리트 양성을 위한 국가장학기구Studienstiftung와 여러 글로벌 장학 재단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했다. 베를린훔볼트대학, 영국의 옥스퍼드대학과 케임브리지대학,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신학과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지난 1월 케임브리지대학에 박사논문을 제출했다.
공부를 마친 뒤 독일의 시리아 난민수용소에서 일하겠다는 계획으로 당분간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딸을 지켜보며, 엄마는 ‘과연 내 딸이 밥이나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이미 그 아이를 의지하고 있는 것을요.’ 하며 웃음 짓는다.
단순한 사랑은 훌륭한 육아법보다 힘이 세다
“나는 내 아이를 진심으로 알고 싶었다. 내 아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나를 무작정 신뢰해주는 아이를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대했고, 아이도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에게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부모가 있다고 믿어주기를 바랐다. 자신의 어떤 문제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실패도, 고민도, 무능력함도, 크고 작은 잘못도 부모에게 떳떳이 드러내는 아이이기를 바랐다.
세월이 지나 늙어가는 내가 다 큰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제는 그의 사랑과 관심, 이해를 바란다.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젖먹이였던 내 아이의 존재가 내 눈앞에서 그토록 빠르게 커져가는 걸 보며, 나는 나의 존재가 아이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궁금하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깊이 신뢰하게 되었음을 느끼며 나는 다시 한 번 행복하다.”
윤이 엄마는 낯선 땅에서 도와줄 사람 하나 없이 아이를 품에 안게 되었다. 교육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기는커녕 교육에 대한 이렇다 할 책 한 권 읽어보지 못한 채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러하듯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아이를 키운다는 건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아름답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을까?’
엄마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고, 헤엄칠 줄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낯설고 두려운 부모라는 세계에 던져져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하루하루 한 장 한 장 느리게 놓아온 벽돌들이 스물일곱 해 동안 쌓이면서 눈물과 웃음이 어린 따뜻한 이야기 집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겪어온 사연 많은 이야기가 담긴. 그리고 엄마는 하루하루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이야기는 옆집 선배 엄마한테서 듣는 수다처럼 편안하다. 특별하다고 할 수 조차 없는 ‘엄마의 사랑법’은 어느덧 잔잔한 공감으로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인가, 가만히 돌아보게 된다. 단순한 사랑이 가져오는 기적이 훌륭한 육아 방법보다 훨씬 힘이 세다는 깨달음에 무릎을 치게 된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이론이나 기법보다 이 책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까닭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화두처럼 붙잡고 있으면서도 풀지 못하는 ‘성공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행복한 아이’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함께 살아오면서 겪은 있는 그대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는 세상의 기준과 요구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와 눈을 맞추는 것으로부터 관계를 시작해온 엄마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아이가 아름답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피어나기를 바랐던 간절함이. 일상생활에서 이 간절함이 어떻게 드러나고 적용되는지, 아이를 기다려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준다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아이를 인정하고 지지해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제 일상의 이야기에서 그것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윤이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도 거부했던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까닭도 그러하다. 경쟁과 성공이라는 틀에 갇혀 힘들어하는 주위의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면서 윤이와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독일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이 경쟁과 학위에 대한 스트레스로 상처받고 때로는 죽음을 선택하는 사건을 본 것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다.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독일인 남편을 만나 윤이를 낳았고, 35년째 독일에서 살고 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갓난아이를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 그는 막막하고 당혹스럽기만 했다.
“윤이야, 난 바보 엄마야. 나이 서른둘에 솔직히 아무것도 몰라서 네가 무서워. 겁나지만 그래도 내가 너를 한번 키워볼게. 끝까지 사랑해볼게. 그러니 너는 건강하게만 자라줘.”
이렇게 시작된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27년 동안 이어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끊임없이 눈을 맞추고, 나중에 커서 뭐가 될까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집은 학교 수업을 마친 윤이와 친구들의 놀이터였고, 아이가 사춘기와 첫사랑 앓이를 할 때도, 첫 대학에서 시련을 겪을 때도 언제나 엄마는 아이 편에 섰다. 이제는 엄마를 걱정해줄 만큼 훌쩍 자란 윤이를 보며 언젠가 손주를 품에 안아보는 기적적인 순간을 기대하고 있다.
경쟁과 성공이라는 틀에 갇혀 힘들어하는 주위의 아이와 부모들을 만나면서 윤이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동아 콩쿠르, 바흐 국제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을 했으며,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유럽에서 연주 활동을 하면서, 1980년대부터 2008년 사이 독일 카를스루에 음악대학과 광주 호남신학대에서 피아노과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유럽 독일어권에서 방송되는 ‘내일을 위한 희망’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프롤로그_다큐멘터리 방송 의뢰
아기방
플라스틱 그릇
거짓말
‘이게 뭐야?’ 시절, 윤이의 공부법
첫 번째 영화구경
“아야아야 해!”
바비 인형
엄마 없는 아이, 베어트람
첫 번째 휴대폰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체육대회
윤이가 화상을 입다
낙제
생일 파티
신데렐라
학부모 회의
‘뚱’ 아줌마
윤이 친구, 코스차
윤이의 첫사랑
술과 마약
당장 돌아와 버려, 윤이야!
훔볼트대학 케이크 교수님
청춘들의 행진
에필로그_교육이란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