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생명의 나무

C. L.무어 지음, TR클럽 옮김 | 위즈덤커넥트
  • 등록일2018-01-24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943 K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추천평
"마치 환각 속을 헤매는 듯한 화성에 관한 단편 소설. 무어의 주인공, 노스웨스트 스미스가 등장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나무를 섬기는 여사제에 대한 묘사 부분만 따로 떼어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 Quirkyreader, Goodreads 독자

"나는 이 소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러브크래프의 느낌이 나면서도 스타 워즈에 등장할 법한 주인공은 새로운 세계로 씩씩하게 전진한다. 노스웨스트 스미스 시리즈를 더 찾아서 읽어볼 계획이다."
- Keith Wing, Amazon 독자

"SF 쟝르의 전형적인 설정을 따르지는 않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단편 소설이다. 주인공 스미스는 적을 따라서 이상한 세계에 도착하고, 괴물을 만나서 싸워서 승리한다. 뻔한 전개처럼 보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이다."
- Elliot, Amazon 독자


미리 보기
오랫동안 폐허로 남아 있는 화성의 도시, 일라 위로 수색선들이 급강하와 선회를 반복하고 있었다. 반쯤 허물어진 신전 속 은신처에서 노스웨스트 스미스는 강철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것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들판 위 썩은 고기 위를 배회하는 독수리들 같았다. 하루 종일 그 수색선들은 그를 찾아서 폐허 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제 갈증이 목을 조이고, 허기가 그를 갉아 먹을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그는 느끼고 있었다. 물과 음식을 구할 수 없는 화성의 폐허 속에서 그의 육체적 욕구가 그를 은신처 밖으로 나가게 만들고, 저 수색선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힘들게 얻은 자유를, 물과 음식과 맞바꿀 것이었다. 그는 신전 그림자 아래로 기어 들어 가면서, 일라 근처에서 그의 우주선을 날려 버린 수색선의 화염 로켓의 정확성에 저주를 퍼부었다.
그때 고대 화성의 신전 대부분에는 외곽에 우물을 설치해 두었다는 것을 스미스가 기억해 냈다. 물론 그 우물들은 이미 수 백만 년에 말라 버렸을 것이었다. 그러나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무너진 중앙 돔 근처에서 일어나 신전의 정문 쪽으로 조심스럽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정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폐기물 더미 앞에서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우물로 통하는, 햇빛에 바짝 마른 인도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그 우물은 화성이 초록 빛을 간직했던 시절 여행자들이 애용하던 것이었다.
그 우물은 굉장히 정성 들여 장식되고,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된 것이었다. 우물 가장자리에는 예전에는 뭔가 깊은 의미를 가졌을 모자이크 무늬로 장식되어 있었다. 우물 위로는 세월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거대한 청동 팬이 달려 있었고, 그 팬에는 '생명의 나무' 패턴이 창살 모양으로 우아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생명의 나무'는 예전의 '세 개의 세계' 시절 자주 사용되던 상징물이었다. 스미스는 숨어서 그 조각물들을 놀랍다는 듯이 쳐다 보고 있었다. 부서진 바위들이 굴러 다니는 혼란 속에서 신기할 정도로 잘 보존된 장식이었다. 그 장식이, 우물로 통하는 인도 위로 드리운 그늘의 섬세함은 거의 완벽한 것이어서, 수 백만 년 이곳을 찾아 와 물을 들이키던 여행자들에게 보였던 모습 그대로인 듯 느껴졌다. 스미스는 그 장식물들이 정오의 시간을 채우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다. 하루의 이맘 때면 거대한 입구를 통해서…..
갑자기 그의 눈이 뭔가를 찾아서 무너진 벽 사이를 헤집기 시작하면서 환영이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는 입구가 없었다. 그는 정원 근처 어느 곳에서도 정문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지상에 남아 있는 기반의 모양을 통해서 그가 짐작하기에, 출입구는 바로 그가 서 있는 작은 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은 개인용 정원이었고, 저 우물은 사제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만. 도시의 이름을 따온 일라라는 왕을 제외하면 사제-왕은 없지 않았던가? 전설에 의하면 이 신전과 궁정을 철의 주먹으로 파괴한 것은 마법사-왕이었다. 이렇게 섬세한 문양의 창살 조각으로 장식된, 세월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우물은 오랫동안 죽어있는 왕국의 신성한 장소였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햇빛이 반짝이는 인도 너머로 수색선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 수색선이 정원 위에서 고도를 낮추면서 선회하기 시작하자 스미스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무너진 벽 사이로 기어 가면서 이 위험이 지나쳐 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는 작은 소리를 들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숨이 막힌 듯 슬프게 반복되는 소리였다. 그것은 여자가 우는 소리였다.
이상한 소리 덕분에 그는 햇빛이 가득 찬 바깥 위쪽의 위험에 대해서 잊을 지경이었다. 눈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어두침침한 신전의 폐허가 활력을 띠었다. 그는 허기와 갈증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쯤 넋 나간 상태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수 백만 년에 걸친 슬픔이 이 신전을 휩쓸고, 듣는 사람을 미쳐 버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화성의 다른 유적들에는 그런 귀신 이야기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가 가만히 손을 내밀어 허리에 달린 소형 포스건을 잡으려는 순간 그의 목 뒤 털들이 조용히 곤두섰다. 그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무너진 벽들 사이로 하얗게 빛나는 섬광이 그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그는 소리없이 걸음을 내딛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랫동안 잊혀진 폐허 속에서 울고 있는 것이 어떤 종류의 생명체일지에 대한 추측이 그의 머리 속에 가득했다. 그것은 여자였다. 아니, 그것은 여자의 희미한 윤곽을 지닌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깨진 벽을 배경으로 굽은 모양으로 하고서 길고 어두운 머리카락 다발에 가려져 있었다. 그녀에게는 뭔가 비정상적으로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윤곽선에 시선을 맞출 수 없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면서 떨고 있는 비현실적인 존재였다. 오직 그녀의 울음 소리만이 희미한 그녀의 윤곽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도 전에 뭔가가 그녀에게 그의 존재를 알리는 경고를 한 듯 했다. 그녀의 울음 소리가 갑자기 잦아들더니 얼굴을 그에게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몸의 윤곽만큼이나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녀 얼굴의 희뿌연 윤곽선을 알아 보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얼굴에서 나오는 빛이 그의 두 눈을 태울 듯이 괴롭히면서 강력한 충격을 선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은 그녀의 강력한 응시에 사로잡힌 듯 다른 곳으로 돌려지지 않았다.
달의 돌처럼 하얗고, 우유처럼 투명해서 거의 먼 것처럼 보이는 그녀의 눈은 그가 평생 처음 보는 신비로운 것이었다. 자석과 같은 그녀의 응시에 그가 모든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가 달의 돌 같은 눈빛으로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을 때, 그는 그녀와의 사이에 물리적인 족쇄가 존재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시작하자, 그는 드디어 자신이 죽은 일라의 유령에게 정신을 빼앗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사로 잡혔다. 그의 귀에 들리는 그녀의 음성은 의미가 없는 소리들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머리는 실제 말보다 더욱 선명한 이해력을 가지고 그 속의 메시지를 재구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우유 빛 눈 속에 강렬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나는 길을 잃었어요….. 나는 길을 잃었어요….." 그의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갑자기 흘러나온 눈물이 호소하는 눈빛의 가장자리를 맴돌다가 눈 속의 광채를 가리웠다. 그리고 그가, 달의 돌 같은 몽롱함 속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울리고 있었지만 이제 그 말들은 의미를 잃고 그의 머리 속에서 어떤 의미도 재구성해내지 못했다. 그는 경직된 모습으로 뒤로 물러 서서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무기력한 불신이 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의 빛나는 눈에 시선을 맞추지 못했지만, 그에게 그녀의 하얀 빛 눈동자만큼 명료한 것은 없었다.
그녀가 바닥에서 일어나서 발끝으로 서더니 급한 손길로 그의 어깨를 잡았다. 또 다시 그녀의 눈 먼 듯한 긴장감이 그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그것은 그를 잡은 그녀의 손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의 머리 속으로 다시 정보의 흐름이 격렬한 설득의 느낌과 함께 전해졌다.
"제발요. 제발 저를 다시 데리고 가주세요. 저는 너무 무서워요….. 길을 찾을 수가 없어요. 제발요!"
그가 눈을 깜빡이면서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의 헝클어진 마음이 천천히 지금 일어 나고 있는 일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녀의 우유 빛의 멀어 있는 눈은 그에게 말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생각을 그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결렬한 에너지의 흐름을 그의 머리 속으로 쏟아 부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전해지는 말들은, 모두 겁에 질리고 갈 곳 없는 소녀의 것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서 경계심이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 매 순간 그를 재촉하는 듯한 그녀의 말과 능력의 기이함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강력한 힘과 의지를 가진 여자가 전하는 눈물과 두려움의 메시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요. 제발!" 그녀의 초조함이 그의 머리로 전달되었다. "저를 도와주세요. 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디로?" 그는 스스로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나무. 나무요." 이상한 말소리가 그의 머리 속을 울리고, 그의 귀로는 의미 없는 지껄임이 들렸다. 그녀의 달의 돌 같은 눈이 그를 옭아매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생명의 나무! 제발 저를 생명의 나무 그늘 아래로 되돌아 가도록 해주세요."
나무 문양이 조각된 우물의 모습이 그의 기억 속에서 갑자기 튀어 나왔다. 그 당시에 그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유일한 나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우물의 문양과 길을 잃은 소녀 – 정말로 그녀가 길을 잃었다고 가정한다면 – 사이에 어떤 관계가 가능한 것일까? 또다시 미지의 언어가 그의 머리 속을 울리고 그녀가 그의 어깨를 흔드는 사이 그에게 간단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그녀는 분명히 우물 위의 나무 문양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우물로 데려가는 일로 손해를 볼 것은 없었다. 그에게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이상한 사건 속에는 그녀의 신기한 눈 이상의 것들이 숨어있는 듯 했다. 그때 그의 마음 속으로, 어쩌면 그녀는 우물로 연결된 지하 세계에서 온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빛 속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말이 됐다. 그녀의 존재에 대한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그는 그런 설명을 찾지 못했다.
"이쪽으로 와요." 그의 어깨에 얹어진 손을 가볍게 쥐면서 그가 말했다. "내가 우물까지 안내해 드리죠."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호소하는 듯한 눈동자를 그에게서 거두었다. 그리고 이상한 단어와 낯선 어투로 뭔가를 중얼거렸는데 그것은 고맙다는 뜻인 듯 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무너진 문으로 통하는 복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피부는 차갑고 단단했다. 만져지는 느낌으로 그녀는 확실히 실재하는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눈으로는 투명한 구름 같은 몸체와 흐르는 듯한 검은 머리결에 초점을 맞출 수 없었다. 불 타오르지만 앞을 볼 수 없는 눈동자만이 몸체와 머리결 위에 덮인 베일을 뚫고 밖으로 비쳐졌다.
그의 곁에서 오래된 신전의 거친 바닥을 비틀거리며 걸으면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알 수 없는 그녀의 '나무'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그녀의 거친 호흡 속에서 느껴졌다. 스미스로서는 그러한 그녀의 의지의 강력함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문 앞에 닿았을 때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수색선을 살피기 위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마도 수색선들은 도시의 이 지역에 대한 수색을 마무리한 듯 했다. 2 ~ 3대 정도의 수색선이 1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곳은 일라의 북쪽 지역이었다. 큰 위험은 없어 보였다. 그는 소녀를 조심스럽게 이끌고 태양빛이 가득 찬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저자소개

캐서린 루실 무어 (Catherine Lucille Moore, 1911년 1월 24일 – 1987년 4월 4일)는 미국의 SF 및 판타지 소설가이다. 무어는 SF와 판타지 쟝르에서 최초로 활동한 여성 작가 중 하나로, 이 쟝르 내에서 여성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유전적인 문제로 질병에 시달려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 등을 하지 못하고 침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 시기 그녀는 각종 잡지와 책 등을 통해서 판타지와 SF 쟝르의 소설들을 탐독했다고 한다.
그녀가 첫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대 공황으로 인해서 대학교를 중퇴하고 보험 회사에서 일하던 무렵이었다. 1930년대의 초기 작품 중 주요한 2개의 단편은 ‘이상한 이야기들 Weird Tales’에 처음 발표되었다. 그중 하나는 '노스웨스트 스미스'라는 주인공이 태양계를 여행하면서 각종 모험담을 겪는 이야기였고 (본 소설 역시 이 '노스웨스트 스미스' 시리즈 중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조이리의 지렐'이라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마법 판타지 소설이었다. 이 두 소설은, 주인공과 설정을 공유하는 단편들의 시리즈로 발전하였다.
노스웨스트 스미스 시리즈 중 상업적으로 판매된 첫번째 소설은 ‘샴블류 Shambleau’였다. 그녀에게 100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가져다 주고 계속적으로 재인쇄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1940년대에 무어는 대중 잡지 ‘놀라운 SF Astounding Science Fiction’을 통해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이들 작품 중 중요한 것들을 선정하여 첫번째 단편집 ‘심판의 밤 Judgment Night’을 1952년 발간했다.
무어의 특징은, 매우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와 묘사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본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단순한 줄거리 전개보다는 주인공과 조연들의 감정에 대한 묘사, 주변 환경에 대한 비유적 표현 등이 일반적인 SF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당시의 SF나 판타지 쟝르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였고, 그것이 무어의 인기의 바탕이 되었다.
1936년 무어는 SF 소설가인 헨리 커트너 Henry Kuttner와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커트너가 무어에게 팬 레터를 보냄으로써 시작되었다. 나중에 커트너는 무어의 필명 ('C. L. 무어')을 보고 그녀가 남자라고 생각하고 팬 레터를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4년 후 결혼하게 된 두 사람은 결혼 생활 동안 공동 작업을 통해서 수 많은 소설들을 창작했다. 그들의 공동 작품 중 유명한 것은 ‘밈지는 보로고브스였다 Mimsy Were the Borogoves’ (이 소설은 2007년 ‘마지막 밈지 The Last Mimzy’ 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었다)와 ‘수확기 Vintage Season’ (이 소설 역시 1992년 ‘시간 탈출 Timescape’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었다).
이 부부는 다양한 필명을 사용하여 공동 작품을 출간했는데 '리델 C. H. Liddell', '로렌스 오코넬 Lawrence O’Donnell', '루이스 파젯 Lewis Padgett' 등이 사용되었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된 '루이스 파젯'은 무어와 커트너의 어머니들의 처녀 시절 성을 조합한 것이었다.
1958년 갑작스러운 심장 마비로 커트너가 세상을 떠나면서 무어의 작품 활동 역시 쇠퇴기에 접어 들었다. 그녀는 소설 창작을 거의 중단하고, 대학에서의 작가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했다. 그리고 몇 개의 TV 드라마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1963년 토마스 레기 Thomas Reggie와 결혼하면서 집필 활동 자체를 중단하였다.
1981년 무어는 '세계 판타지 문학상 – 생애 업적 부문 World Fantasy Award for Life Achievement'과 '간달프 그랜드 마스터 상 Gandalf Grand Master Award'를 수상했다. 작품 활동 대신 그녀는 SF와 판타지 세미나, 학술 대회, 컨벤션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톰과 테리 핀커드 SF 살롱'의 주요 참석자였고, 각종 컨벤션에도 자주 초청되어 연사 또는 패널 역할을 했다.
1980년대 중반 정확하지 않은 시기부터 무어는 알츠하이머 병에 시달렸으나, 정확한 진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병을 앓던 시기 이상한 일이 있었는데, '미국 SF 작가 그랜드 마스터 Grand Master of the Science Fiction Writers of America'에 여성 최초로 선정된 것을 남편을 통해서 거절한 일이었다. 남편에 의하면 그 상을 수상하는 것이 오히려 그녀의 증상을 악화시키고 감정적으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거부의 이유였다.
무어는 1987년 캘리포니아 주 할리우드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한줄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