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을 왜 보지 못했을까
인생 포물선의 끝자락이 노을 속으로 저만큼 보이는 지점에서 오늘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모처럼 지나온 길을 한 번 돌아본다.
얼룩으로 물든 흔적 사이로 홀연히 고은 선생의 시 [그 꽃]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왜 보지 못했을까. 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던 꽃들이 돌아서서 내려다보니 거기에 너무 많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참으로 알 수가 없다. 다른 길을 에돌아 온 것도 아닌데, 그런데 왜 그때는 그 꽃들이, 그렇게 는실난실 손짓을 하고 피어있는데도 내게는 보이지 않았을까.
마음 같아서는,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되돌아가 새로 한 번 올라왔으면 싶다. 올라올 때 그 꽃들을 보았더라면 분명히 내 생각도 달랐을 것이고, 따라서 다른 길을 택했을지도 모를 테고, 지금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모습으로 여기에 올라와 있을 터인데···.
아마 시인도 나와 같은 안타까움 때문에 [그 꽃]을 노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서서히 멀어져가는 기억 속을 붙잡고 싶은 저자의 애잔함이 돋보이는 수필집이다. 이미 두 편의 수필집, 몇 편의 장편소설과 비평집으로 호평을 받아온 저자 특유의 잔잔함과 꿀벅지 예찬(?), 반려견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 명품에 대한 소회, 자식 주례 서기, 추억의 하모니카 등에서 느낄 수 있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노년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다. 이제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대한민국, 과연 우리 아버지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경북 성주 출생. 서울에서 잡지사 기자를 거쳐 지방에서 공무원, 대구 KT 홍보실장을 지냈다. [조선일보] [영남일보]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각 당선,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동서문학]에 수필 추천, [신동아] 논픽션 5회, [월간중앙] 논픽션 2회 당선되었다.
저서로는 문화비평집 『꼴값』,『영부인은 직위가 아닙니다』, 에세이 『이것만은 남기고 가야지,『지나간 것은 다 그리움이다』, 장편소설 『아버지의 시말서』,『갓바위에 뜨는 달』, 논픽션 『아파트 경비원』 등이 있다.
제 1부 제 3부
그러나 오늘은 어제가 아닙니다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
*꿀벅지 르네상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정말 만나고 싶었을까 *난(蘭)한테는 죄가 없다
*우표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의문 하나 *익석관(翼蟬冠)이라니
*이제 화장실이 아니다 *세뱃돈, 주는 것인가 받는 것인가?
*이런 반려견(伴侶犬)이라니오? *어째 이런 일이
*그 사람 성은 ‘김이’요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았으면
*나는 허언증(虛言症) 환자 *망초(亡草)이야기
*태공망(太公望)을 그리며 *안타까운 진실
*아파트에도 골목이 있다 *나를 구속하는 것들
제 2부 제 4부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그래도 우리한테는 꿈이 있습니다
*오른손이 모르는 일 *못난 꿈도 사랑할 수 있다면
*명품은 내가 만드는 것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무용지용(無用之用)입니다 *자식 주례를 서보았더니
*어당팔을 아시나요? * 꿈과 운명과
*오수부동론(五獸不動論 ) *갑돌이와 갑순이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 *일흔에 생남(生男)이라더니
*기념메달의 추억 *돌멩이 하나에도
*착한 가격 *너희들은 나의 꿈
*미친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