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다고 해도 자화자찬 좀 하면 어때요
헬조선, 수저계급론에 지치고 자포세대라는 말조차 식상해진 지금, 20대는 힘들다. 아프니까라는 말조차 사치스럽게 여겨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고, 남들과 비교당하기 일쑤고, 경쟁은 일상이다. 스펙은 아무리 쌓아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소연하고 싶지만 세상은 투정이라고 치부한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해야 할 시기이지만 청춘이라는 말은 가식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때 도서출판이다에서 《별로여도 좋아해줘》를 출간했다. 대학내일 편집장인 정문정 기자가 그간 매체에 쓴 글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가슴 시리게 끌어안는다. 거친 듯하면서도 그 안에 묻어나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것은 자신이 그런 현실을 건너왔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20대의 문제를 고민하는 기자로, 그런 현실을 늘 마주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희망은 앞으로의 삶이 좋아질 거라는 긍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보낸 시간들이 그래도 아주 쓸모없지는 않았다는 해석에서 온다.”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만, 별로여도 좋아해주세요
남에게 ‘좋아요’를 누르는 게 일상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노력하지만 결국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좌절을 반복한다. 그래서 ‘헬조선’과 ‘수저계급론’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세대. 이 책의 저자 역시 그와 다르지 않았다. 남들보다 못하다는 시선과 그 안에서 자신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힘겨웠다.
그러면서 저자는 깨달았다. 그래도, 어쨌든 자신의 괜찮은 면을 찾아 자신에게 ‘좋아요’를 누르자고. 취업만 하면, 성형만 하면, 돈만 많으면, 애인만 생기면 등등 항상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성취에 두지만 그 전에 실패할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당당하게 실패할 기회를 주고, 그러니까 별로여도 자신만은 단단하게 부여잡자고.
“나처럼 살아라!” 속에서 잊고 있던 “미안해, 나도 힘들었어”
남 이야기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솔직하다. 결코 자신을 포장하거나 사회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다. 남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흔히 현실을 탓하며 연민에 빠지거나 위로에 기대기 쉽다. 그럴수록 달짝지근한 응급약을 대단한 처방인 양 떠드는 말들이 난무한다. 자기계발이 부족한 탓이라고, 다 내 잘못이라고 다그친다. 그것이 진리인 양 외친다.
그런 세상에 저자는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게 내보이고, 잘못된 현실을 단호하게 짚는다. 그것은 그간 〈대학내일〉에서 대학생들을 마주한 결과물이자, 20대를 힘겹게 건너온 저자 자신에게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때로는 외면하고 싶고 지질한 청춘이지만, 지질할 수 있는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보여준다. “나처럼 살아라”라고 하지만 질척이는 헛된 말이 아니라 “미안해, 나도 그랬어” 하며, 그러니까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고 말한다.
팍팍한 현실을 그래도 이겨내야 하는 청춘에게
20대는 부모 세대와 결별하고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나이, 또는 그래야만 한다고 사회적으로 압박받는 나이, 완전한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정쩡한 나이, 본격적으로 취업과 결혼 소식이 들려오고 인생의 레이스에서 격차가 크게 나기 시작하는 나이, 이 길이 진짜 맞는 건지 기웃거리게 되는 혼란스러운 나이다.
저자는 이 책을 20대 중반에서 30대가 되던 시기에 썼다. 그 시기는 자신과 가장 극렬하게 싸웠고, 그동안 믿어 왔던 것들을 부정함과 동시에 자신과 화해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현실’을 가르쳐준답시고 무책임하게 내뱉던 말들에 빠져들기도 했고, 그 때문에 상처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그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저자에게 20대는 그 옷을 한 겹 한 겹 떼어내는 시기였다. 이 책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애정 없이 하는 말들을 진짜로 믿으면서 자라야 했던 한 여성이 자존감을 찾아가는 성장기이자, 상투적인 말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챙겨야 하는 20대의 메아리다.
남에 대해서는 결과만 보지만 자기에 대해서는 모든 과정을 다 알 수밖에 없는 까닭에 우리는 늘 자신을 시시하게 느끼곤 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 시기를 지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는 나로서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익히고 깨우친다. 이것만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삶을 버틸 힘이 생긴다. 그래서 《별로여도 좋아해줘》는 어른의 세계에서 허우적댔던 저자 자신에게 대한 위로이자, 팍팍한 현실을 그래도 이겨내야 하는 이들에게 주는 부탁이기도 하다.
“결코 내 삶은 시시한 건 아니었어”
이 책은 울고 싶어도 마음껏 울지 못하는 청춘이지만 좀 별로여도 어떠냐고 말한다. 남들이 뭐라든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그것이 바로 나니까. 어쨌든 내 삶은 버텨야 하니까. 그러니까 나만은 나를 좋아해달라고.
이 말을 저자가 자신에게 꾸준히 해 왔던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해주지 않아서 나만이라도 스스로에게 계속 해야 했으며, 그 연습들이 결국 전보다 더 훨씬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그리고 이 책은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매달리지 말자고, 욕망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해지는 만큼 자신에게는 더 관대해지자고, ‘아프니까’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아픈 것은 아프다고 말하자고. 이것은 ‘정문정’을 ‘정문정’답게, ‘담대한 콩나물’처럼 세상을 자신을 버티게 한 힘이었다고. 그리고 그것은 저자가 〈대학내일〉 편집장으로서 계속 곱씹을 말이기도 할 것이다.
‘재미있어 보여서’ 잡지 기자를 꿈꿨다. 대학에서 사회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2010년〈대학내일〉에 입사해 지금까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내가 재미있는 걸 하며 살 줄 알았는데 정작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을 연구하며 지낸다. 그렇게 버티고 즐기다 보니 현재 〈대학내일〉 콘텐츠팀 부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인생의 책이자 롤 모델로 꼽는 것은《빨간 머리 앤》과《그리스인 조르바》. 10대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20대에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하고 씩씩한 말들이 반짝 떠오르는 순간을 좋아하며, 비관은 너무 쉽기 때문에 어려운 낙관을 좋아한다.
프롤로그
1장 __ 내 진짜 사이즈 좀 찾아주세요
진짜 나의 사이즈 / 봄손 / 하다 보면 재능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 아주 강력한 운명의 순간 / 파이지 같은 우리의 만남 / 좋아서가 아니라 나라서 좋아하지 / ‘을의 연애’로 괴로워하는 J에게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 / 인간은‘ 미생’이 아니라‘ 현재진행’ /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 / 진짜 비밀의 비밀 / 이런 놀라움들 때문에 / ‘못해요’와 헤어지는 것 / 왜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답함 / 가난도 힘이 된다는 말 / 우선순위의 필요성 / 마음의 청소가 필요할 때
2장 __ 그래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족구하고 있네 / 될 때 하고, 안 되도 하다 보면 / 허세에 대하여 / 일상은 늘 기적이다 / 알고 보면 나도 얼라예요 / 나잇값 못 하는 나이 / 롱롱 해피버스데이 / 자화자찬이 미덕 / 작지만 확실한 행복 / 합리적인 비합리성 / 제일 좋은 때 / 과부 심정 알아주는 홀아비 심정 / 찌질의 역사 / 그래도 완전히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어 / 술 마시고 춤을 추다 쪽팔려만 하기에도 짧은 / 저 담대한 콩나물처럼 /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70억 개의 언어
3장 __ 별로지만 그래도 좋아해 주세요
너만큼이나 나도 그래, 나만큼이나 너도 그랬구나 / 슬픔의 환산 / 내가 미워하는 사람 속의 나 /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 시시하지 않은 만남 / 슬픔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면 / 별로라도, 좋아해 주세요 / 어디에든 있는 사람 / 아빠와 드라이브 / ‘빨간 머리 앤’처럼 / 무질서와 불안을 양쪽 손에 잘 들어라 / 새해에는 무계획이 계획 /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 감정이입에 대하여 / 아기 꾸니
4장 __ 그런 어른은 되기 싫을 뿐이야
‘충분하다’는 말의 폭력 /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안쓰러운 / ‘진심’에 대하여 / 그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는지 / 연애하기 좋은 때 / 이진아 기념 도서관 / 가면 없이도 감당할 수 있습니까 / 전형적인 질문을 그만하기 위해서 / 대단하지는 못해도 시시하지는 않은 인생 / 고통을 음미하다 / 우리가 싸우는 과정 / 알바생 뒤질랜드 / 로또 되기와 평균 되기, 둘 중 뭐가 더 어려울까 / 아무리 맞더라도 나아가는 거야 / 호구 없는 화해
5장 __ 지금도 의심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다
우리는 전생에 용감한 개가 아닐까 / 배알도 없이 괴로움도 없이 / 속궁합 맞지 않으면 헤어져야 하는지 묻는 K씨에게 / 저는 지금 살아 있어요 / 사실 나 너무 무서워 / 미안해 / 사랑은 귀여움을 발견하는 것 / 몸이 주는 위로 / ‘섹스’하게 된 여기자의 느낌 / 훈계와 조언의 차이 / 잠깐만 쉿 / 샤이하며 샤이니한 고독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