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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독자인 당신에게 다가가려고 혼자 외던, 긴 주문입니다.
이 이야기들이 당신을 옳게 찾아간다면, 저는 비로소 술래에서 벗어나겠지요.
혼자 강강술래를 추는 술래처럼, 빛날 거예요. _ 에필로그 ‘다정한 주문’ 중에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산문집 출간
엄청난 우연처럼 필연처럼 먼 곳에서 당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삶은 이상함의 연속이다. 내가 오늘 들렀던 장소가 다음날 아침 메인 뉴스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먼 옛날 우연히 만났던 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서로의 삶 바깥으로 밀려나’게 되기도 한다. 살면서 한없이 기쁜 일도 있고 속절없이 마음이 아파오는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깊은 인상으로 남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곧 잊혀진다. 하지만 그 이상함을 자각하는 순간, 새삼스럽게 혹은 섬뜩하게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단순하고 분명한 사실을.
2004년 등단 후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세 권의 시집을 통해 독자와 만났고, 첫 산문집 《소란》으로 특유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여주며 인생의 한 시절을 이야기한 박연준 시인이 신작 산문집을 펴냈다.
이번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는 먼 곳에서 아주 먼 곳에서, 이야기 꾸러미를 들고 독자인 당신을 찾아온 시인의 발걸음이다. 이야기를 들어줄 당신과 이야기를 들려줄 시인은 ‘엄청난 우연’으로 혹은 필연으로 만날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살아가되, 다정함의 자세를 유지하고, 또 열심히 발레교습소에 나가 몸을 곧게 펴고 길게 늘이는 일상들을 보여준다. 또 그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해낸 삶의 진리와, 시인이 인생을 대하는 곧은 시선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필치로 그렸다.
숨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대로 즐겁게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다정한 자세들’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이 다니는 발레교습소의 아래층엔 요양원이 있고 그 아래층에도 요양원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리를 찢고 팔을 들어올리고 빙글빙글 턴을 하는 동안, 자신이 서 있는 곳 아래, 그 아래아래에서는 어떤 노인들이 누워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슬퍼지며 생각한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고. 이렇듯 저자가 하나둘 깨달아가는 것들은 서늘함 속에도 잔잔한 온기를 띠고 햇살처럼 빛난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번 산문집에는 저자가 ‘오늘’을 살면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과의 이야기, 지나오고 나서야 깨닫고 새로이 해석되는 ‘어제’의 장면들,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처 난 이마를 쓸어주던 할머니의 애틋한 손길,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을 혼내주던 “다정한 거인” 같았던 아버지, 늘 붙어 다녔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서로의 삶 바깥으로 밀려”난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유년의 자신과 조우하고,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나거나 새벽녘 이국의 호텔에서 자다 깨 깊은 고독을 마주하기도 하며, 익숙한 동네를 산책하며 애정하는 장소와 사람들을 기억하기도 한다. 또. ‘스마트폰 쓰지 않기’ ‘발레교습소에 나가기’ 같은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안다고 말하지 않기’ ‘비교하지 않고. 서로의 최선을 이끌어내는 것’ 같은 다짐을 덧대며 ‘잘 쉬는 방법, 기분이 행복해지는 방법, 시간을 행복하게 쓰는 방법’을 헤아리려 한다. 이러한 모습들에서는 삶을 더욱 ‘말랑하고 행복’해지게 만들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가 드러난다.
우리의 세계는 서로 깊이 연루되어 있다
어떻게 살아오다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지. 삶의 코너 곳곳에서 우리는 서 있는 지점을 돌이켜보며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고 새삼스럽게 깨닫지만, 이내 당연한 사실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는 우리가 살아온 삶에도 해당되지만 넓게는 거대한 인생사의 톱니바퀴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저자는 그러한 관계의 밀도를 놓치지 않는다. “세계는 서로 너무나 깊이 연루되어 있다”고, “오롯이 혼자의 탓으로 잘못되거나 혼자의 덕으로 잘되는 일이란 없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 자신에게 속해 있지만 타인의 삶에도, 세상의 흐름 속에도 속해 있다. 그러므로 그 관계 속에서 한 걸음 내디뎌보는 것도, 무거운 기분을 떨쳐내고 허리를 곧게 펴고 몸을 곧추세우며 좀더 산뜻해지는 쪽으로 가보는 것도, 그렇게 춤추듯이 노래하듯이 삶을 향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어보는 것도 좋겠다.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일주일에 세 번 발레를 배운다.
볕이 좋은 겨울 날씨, 파주에 내리는 눈, 4월 이파리들, 여름 숲, 손으로 쓴 편지, 존 버거, 모퉁이를 돌 때 훅 끼치는 라일락 향, 공책들, 다정한 사람을 좋아한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동화책 『정말인데 모른대요』 등을 썼다.
1부
이제 어떤 키스가 내 입술을 벨 수 있을까
이마에 사는 물고기 11
누가 나오겠다는 오줌을 말릴 수 있나요 14
눈비 오는 날, 술래는 소월 22
숨쉬듯 자연스러운 25
삼총사의 동물원 32
깊은 밤 잠 못 들고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에게 3 7
이토록 이타적인 사물, 보자기 41
혁과 완 46
설 지나도,
열한 번의 초하루가 남았잖아 51
그애는 나를 사랑해 55
2부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69
불어오는 것들 84
여행 사용법 95
부다페스트, 음울하고 아름다운! 108
보이지 않는 도둑이 훔쳐간 것들 112
호텔에 대한 크고 둥근 시선 121
꿈, 잠자리, 서커스 133
동네 책방, 산책의 부록 143
3부
소규모 슬픔들 147
4부
안 그래야지, 하는데 그렇게 되는 일들
발레교습소에 나가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169
누가 누구를 안다는 것 177
스마트한 바보 되기 182
스마트한 바보 탈출기 186
죽을 때 나는 미끄럼틀 옆에서 죽겠지 192
홍대 : 애정하는 가게들 197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변명 212
다 쓴 마음 217
‘비정성시’에서 벌어진 일들 222
이게 최선이라면 228
5부
믿지 않으면, 좀처럼 읽을 수 없는 책
게으름 한 점 없이 한 달이 걸렸다 237
아, 인생은 조르바처럼! 247
모든 소설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다 252
비스코비츠!
넌 동물이고, 난 인간이야! 259
여러 명의 철수 속에 깃든 철수 266
오선지 위에 쓰인 글 273
우정의 빛과 그림자 279
매혹적인 두 권의 미술책 288
너무 짙은, 사랑 292
에필로그
다정한 주문 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