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자폐증 소년과 살인범의 기상천외한 대결
5살 때 사고로 아빠를 잃은 뒤 자폐증에 걸린 소년 은총은 우연히 연쇄 살인사건을 목격하지만, 증언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6개월 뒤.
따로 나와 살던 은총의 누나 은혜는 우연히 SNS 동영상으로 동생의 구조 신호를 보게 된다. 어렸을 때 만든 둘만 아는 수신호는 분명 이런 의미였다.
‘누나, 돌아와줘.’
위험을 직감한 은혜는 다시 지긋지긋한 안산의 집으로 돌아왔지만, 해묵은 엄마와의 불화와 냉담한 동생의 반응에 상처만 입고 만다.
다시 돌아가기로 한 날, 은혜는 집에 엄마와 은총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자폐증 동생이 숨겨둔 스크랩북에서 은혜는 은총이 살인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진짜 살인범을 찾기 위해 전쟁을 준비한다.
낯선 침입자를 추적하면서 밝혀지는 끔찍한 진실과 가족을 구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사투!
암호로 가득한 자폐증 소년의 일기 속에 범인이 숨어 있다!
『피터 래빗 죽이기』는 한 편의 추적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전개된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답게 사건들과 인물들의 극적인 변화가 능수능란하게 펼쳐진다.
또 기존의 스릴러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이 작품만의 매력적인 특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언어 능력을 상실한 자폐증 소년이 지능적인 연쇄 살인마와 대결한다는 구도다.
강력한 살인마와 너무도 약한 목격자 소년의 대결이라니! 얼핏 말도 안 되는 싸움인데, 어떻게 이런 구도가 설정되고, 치열한 공방이 가능한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 번째는 소년이 자신의 편과 살인마의 편이라는 구도를 마블 영화의 캐릭터들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언맨부터 헐크까지, 히어로들이 소설 속 인물들로 존재한다는 설정은 특별한 재미를 준다. 소설에서 은총은 아이언맨이고, 주인공 은혜는 헐크다. 살인범은 캡틴 아메리카다.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히어로 캐릭터들과 매칭을 하게 된다.
은총이 목격한 살인범과 사건은 이미 그의 일기(스크랩북) 속에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암호의 형태라 은혜는 암호풀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된다.
침묵의 소년이 소리 없이 말하는 놀라운 비밀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언어를 만나다!
이 작품은 추적 스릴러라는 주력 장르에 휴먼 드라마가 따뜻한 외투처럼 덮여 있다. 자폐증 소년의 누나 은혜가 동생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은 어렸을 때부터 다 안다고 여겼던 동생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생사를 넘나드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 은혜는 동생 은총의 언어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소설을 읽고 나면 가족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여겼다는 자체가 어쩌면 완벽한 오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은총에게는 아빠의 죽음이 자신 때문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빠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충격은 소년의 입을 막고, 정신을 가두었다. 자신이 만든 세계로 들어가 스스로를 가둔 소년은 결코 혼자 그 어둡고 외로운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밖에서 끊임없이 두드리고 불러내는 사람들의 줄탁동시를 통해 비로소 벽을 깨고 나오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 작가로, 영화 <반드시 잡는다>, <한 번도 안 해본 여자> 등 많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각색했다. KBS 전설의 고향 <가면귀>를 집필하고, EBS 애니메이션 <따개비 루>의 극본을 진행하기도 했다.
작가는 스릴러에서 코미디, 호러, 휴먼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진행해오면서 장르적인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로 두각을 드러냈다. 『피터 래빗 죽이기』 역시 작가의 기발하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스릴러와 휴먼 장르에 잘 녹여낸 작품이다.
작가는 경북영상콘텐츠 공모전에서 <마돈나가 왔다>로 수상했고, 스크린라이터스 판에 <메이킹 미스터 폴포츠>가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