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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오지원 옮김 | 유유
  • 등록일2019-11-11
  • 파일포맷epub
  • 파일크기44 M  
  • 지원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 보유현황보유 1, 대출 0, 예약 0
  • 평점 평점점 평가없음

책소개

리뷰어 츠바이크를 만나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우리에게 뛰어난 전기 작가로, 그리고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의 평전과 소설 대부분이 국내에 번역되어 그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정신분석학과 예술사 그리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는 자기 시대를 꿰뚫어 보는 당대적 시대정신과 역사적 통찰력이 남달랐으며, 그에 더해 인물 분석 능력과 문학적 심미안, 유려하고 상상력 가득한 문장력까지 갖춘 작가였습니다.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그의 재능이 한껏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당대의 최고 유명 작가로 손꼽혔던 이유이자 현재까지도 그의 명성이 시들지 않고 그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일 겁니다.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와 소설가로 정평이 나긴 했지만, 누구보다 훌륭한 리뷰어이기도 했습니다. 리뷰어로서 그의 면모는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데, 바로 이 책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를 통해 우리는 리뷰어 츠바이크의 진면목을 비로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가와 작품을 새로이 돌아보게 하는 리뷰의 힘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는 츠바이크가 당대에 출간된 책과 문학작품 그리고 작가에 관해 쓴 글을 한데 모은 책입니다. 츠바이크는 리뷰에서도 앞서 말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당대의 시대적 맥락, 작품의 문학적 성취, 작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에 기초한 그의 분석은 매우 뛰어난 설득력을 가질 뿐 아니라 작품을 보는 우리의 시선을 한층 새롭게 가다듬도록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다루는 작품에 가장 걸맞은 형식을 취해 글을 씀으로써 우리는 시를 다룬 글에서는 시를 읽는 듯한, 소설을 다룬 글에서는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리뷰에 이토록 충만한 감수성을 담아 낼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보다 한 세기를 앞서 살았던 츠바이크는 책이라는 매체 자체를 다룬 「책, 세계로 들어가는 문」에서 “시대를 초월해 불멸하고 불변하는 것인 동시에 가장 보잘것없고 변하기 쉬운 틀에 담긴 고도로 압축된 힘인 책은 기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 지금 우리 삶에서뿐 아니라 그 어디에서나 책은 모든 지식과 학문의 시작을 이루는 알파와 오메가다”라고 말하며 이미 그 시대에 제기된 책의 위기를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합니다. 「동화로의 회귀」에서는 “동화는 인생 경험이 없는 이들의 모험을 향한 갈망이며, 실망한 이들을 위한 위로이며, 가난한 이들의 아편이며, 바로 그런 이유로 갈망으로 무섭게 타오르고 자신을 외톨이라 여기는 아이들의 기쁨이다”라는 말로 그저 아이 때나 읽는 책이라고 치부하는 동화라는 장르에 새로운 정의를 내립니다. 또 『천일야화』를 해석한 아돌프 겔버의 책에 대한 리뷰인 「『천일야화』의 드라마」에서는 이 소설이 “긴 밤 내내 동화에서 동화로 이야기가 이어지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비극적 인물인 그늘을 가진 왕 샤리아르와 여주인공 셰에라자드가 만들어 내는 긴장과 격동의 드라마”임을 간파한 겔버의 통찰을 극찬합니다. 「발자크에 관한 촌평」에서는 “발자크는 근대소설 문학에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위대한 작품에서도, 그저 그런 서사시에서도 마치 번개처럼 스쳐 가는 순간에 소유의 상징물인 돈에 묶인 감정들을 포착해 냈다. (……) 발자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된 기교로 자신이 고안한 거대한 돈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데에 심취했다”라는 작가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발자크 작품의 근원을 밝혀냅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다룬 글은 특히 그 형식이 독특한데, 츠바이크는 먼저 ‘사용 설명서’라는 꼭지를 달아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어 ‘장르’, ‘근원’, ‘용모’, ‘기법’, ‘총론’이라는 꼭지 아래 작품과 더불어 작가에 대한 분석까지 해 나갑니다. 괴테의 시선집에 실린 서문인 「괴테의 시에 대하여」에서는 괴테라는 시인에게 있어 시란 무엇인지, 괴테와 그의 시가 갖는 문학사적 의의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선집에 실릴 시를 어떠한 기준으로 채택해야 하는지를 타당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제시합니다.
‘시대의 지성’이라 일컬어진 츠바이크는 당대의 출판에 대해, 작가와 작품에 대해 거침없는 분석과 평가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듯 다채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쓰인 그의 리뷰는 그가 다루는 작가와 작품 모두를 마치 처음 접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로 인해 오직 그만의 독특한 관점과 통찰 그리고 그것을 풀어 가는 방식에 매료당하게 되지요. 리뷰의 힘이란 작품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다시금 그 작품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모든 운동은 책에 기초한다』에서 독자는 츠바이크가 선보이는 ‘리뷰의 힘’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저자소개

부유한 유대계 방직업자 아버지와 이름난 가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빈에서 높은 수준의 교양교육과 예술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시집 '은빛 현'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여러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드높은 정신세계를 구축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전 백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대중적인 작가이자 다른 나라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작가로 독일/오스트리아 문학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츠바이크는 ‘벨 에포크’라 일컬어지는 유럽의 황금 시대에 활동했다. 예술과 문화가 최고조로 발달했던 그 시기를 그는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그토록 사랑했던 유럽이 한방의 총성으로 촉발된 세계대전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된다. 황금 시대의 빛과 영광을 박살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구축한 그들 유럽인들이었다. 이 때의 심경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유럽의 문화사를 기록한 자전적 회고록 『어제의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극심한 상승과 하강을 삶을 통해 모두 경험한 이후, 섬세한 그의 심성은 더 이상 부조리한 세계에서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죽음이라는 길을 택하도록 만들었다.

비극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쓴 수많은 소설과 평전은 오늘날까지도 세계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상당부분 영화화되기도 했다. 또한 다른 예술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인 예가 천재 감독 웨스 앤더슨의 2014년 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이다. 앤더슨은 이 영화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는 츠바이크의 소설 '초초한 마음'의 첫 단락을 차용해서 시작하며, 엔딩 크레딧에서 “inspired by the writings of Stefan Zweig” 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그 사실을 확고히 했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책, 세계로 들어가는 문
동화로의 회귀
릴케의 시
프로이트의 『문명 속의 불만』
토마스 만의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세계상으로서의 책
『천일야화』의 드라마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감정 교육』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스탕달, 독일로 돌아오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사다나』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관한 메모
발자크에 관한 촌평
어느 소녀의 일기
괴테의 시에 대하여

역자 후기: 책의 사람 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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