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이 함께 만든 지성의 보루, 도서관으로 여행을 떠나다
이제껏 우리에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었나.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빌려볼 수 있는 곳? 조용히 앉아 책 읽고 공부하는 곳? 오랫동안 공부와 독서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온 도서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책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독서 문화를 전파하고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 책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공공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듣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계절마다 다른 작품을 전시해 미술관 역할까지 해내는 도서관도 여기저기 늘고 있다. 대학도서관도 도서관이 예전처럼 혼자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며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열람실을 줄이고 북라운지와 북로비 같은 개방형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런 변화가 일어난 걸까? 책 읽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책과 멀었던 사람까지 도서관으로 그러모은 이런 변화를 만들고 준비한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과연 어떤 공간들에 영감을 얻어 우리 주변 책의 공간을 바꾸고 가꾸었을까?
『도서관 여행하는 법』은 오랫동안 도서관 열혈 이용자로 살다가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이 된 ‘도서관 덕후’가 전 세계 다양한 도서관을 여행하고 변화하는 주변 도서관을 살피며 느낀 도서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낸 책이다. 오랜 경험을 근거로 쓴 책인 만큼 다양한 도서관의 변화 과정과 우여곡절, 도서관을 변화시킨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질문의 힘, 읽기의 기쁨, 배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누는 공간
세계 유수의 도서관을 둘러보며 도서관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다
북미와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도서관이 주택가나 한적한 도시외곽이 아닌 시내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저자 역시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서 있는 도서관에 우연히 들어갔다 충격을 받은 뒤로 전 세계 도서관을 찾아다니는 도서관 여행을 시작했다. 해외의 도서관이 한국 도서관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장소, 세상의 모든 것들을 처음 알아 가는 어린이들이 질문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누군가 새로운 학문에 접근하려고 할 때 어떤 자료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여기에는 뭐가 있고 저기에서는 뭘 얻을 수 있는지 안내하고 가르쳐 주는 믿을 만한 전문 사서들이 상주하는 배움터. 도서관은 그야말로 문화를 짓고 사람을 키우는 지성의 숲이었다.
왜 우리에게는 이런 도서관이 없을까? 한국의 도서관은 왜 도시의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 계속 더 밀려났을까? 이런 멋진 도서관을 갖기 위해 도서관 이용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도서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그저 수많은 책을 보관하는 저장소가 아니라 앎의 세계에 접근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환대하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도서관을 만난 뒤로 저자가 품어 온 고민이자 과제다. 이후로 도서관 사진을 찍고 사서를 찾아가 묻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이용하는 것들을 관찰하고 함께 이용해 보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전부 수집하고 기록했다. 그 성실한 자료를 보고 있으면 도서관이란 어떤 곳인지,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변화하는 세계의 도서관을 살펴보며 우리 도서관의 미래를 꿈꾸다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이면서 20여 년째 도서관 여행자로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근거로 독자들에게 도서관과 관련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조목조목 짚어 준다. 도서관은 항상 조용한 공간이어야 할까? 사서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도서관에서 책을 만들거나 발행하는 일도 할 수 있을까? 책 이외에 도서관이 수집 보존해야 하는 자료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아가 우리 주변의 몇몇 도서관에서 일어난 새롭고 의미 있는 시도와 조금씩 그 형태를 다양하게 바꾸어 가고 있는 곳들도 소개한다. 도서관 덕후, 열혈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도서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도서관을 여행하며 새로운 도서관을 꿈꾸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시도한 이들이 우리 도서관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도서관이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 때 비로소 변화한다. 모두의 공간이며 누군가가 혼자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 보라는 옛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도서관 열혈 이용자. 문헌정보학 전공자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외국에 나갈 때마다 생선 가게를 지나치지 못하는 고양이마냥 도서관을 기웃거리는 일을 20여 년 해 왔다. 물론 한국 도서관도 좋아하는데,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의 도서관이다. 평범한 도서관이지만 제일 정들었고 가장 마음 쓰는 곳이다. 현재 지역 도서관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좋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아주 조금 힘을 보태고 있다.
본업은 책 만드는 일로, 나무연필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논픽션을 펴내고 있다.
들어가는 글
I 먼 곳으로 떠난 여행―외국 도서관을 둘러보다
세상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길
모두에게 열려 있는 두 번째 집
도서관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놀랍고 무서운 사서의 힘
사서의 가정통신문, 받아 본 적 있나요?
여행지의 진짜 속살이 궁금하다면
여행자인 듯 아닌 듯 책 사이를 걸어 다니다
기왕이면 예쁜 게 좋겠어
‘연회비’를 내라는 대학도서관에게
도서관을 성장시키는 일상의 소소한 노력
새로운 공간이 품은 따뜻한 역사의 흔적
소수자에게 한 발짝 다가간 서가
도서관에 드나들다 그것을 만들어 버린 사람
어쩐지 마음이 끌리는 푸근한 곳이 있다
읽는 사람을 응원하고 환대하는 동네 도서관
II 가까운 곳으로 떠난 여행 — 우리 도서관을 살피다
도서관 부지 선정과 관련한 씁쓸한 역사
고3은 독서 금지? 창피하지 않나요?
사서 없는 도서관, 팥소 없는 찐빵
도서관의 깊숙한 곳에서 책의 일생을 엿보다
책이 아니라 사람을 대출하는 휴먼 라이브러리
책 골라 주는 도서관을 더 많이 보고 싶다
책 읽는 사람에게 중요한 장소는 어디일까
책까지 직접 만드는 마을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만난 ‘노잼’ 다니엘 씨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서관
사람과 책 사이에 사서가 있다
도서신청,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
모두의 서재, 공유의 공간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뀔 것이다
나가는 글
+ 도서관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