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를 그리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에요.
계획대로 되어 가는 삶이 어디 있나요?”
_에필로그 중
알베르토의 인생 여정을 보면 일관성이 없다. 이탈리아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의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에는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주류 영업과 자동차 영업을 했고, 현재는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다. 계획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이렇게 살까 싶다.
하지만 알베르토가 계획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믿고서 현재를 충실히 채워 나갔다. 낙천적인 이탈리아 사람다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막막한 미래 앞에 선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가 아닐까? 조금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안다. 삶은 마음먹은 대로 되어 가지 않고, 미래를 계획하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제 인세를 모두 기부하고 싶어요.”
알베르토는 자신의 인세를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안나의집’은 이탈리아의 출신의 김하종 신부가 설립한 봉사 단체다. 어려운 이웃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쉼터를 제공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알베르토 역시 한때 삶의 방향 때문에 지독한 열병을 앓았다. 《널 보러 왔어》는 그의 고민과 방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신처럼 방황하는 한국 청소년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그들에게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제가 옛날부터 ‘안나의집’에서 봉사 활동도 하고 기부도 해 왔어요. 이번 책에 저의 10대와 20대의 이야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세를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했어요.”
“계속 가려면 중단하라”
《널 보러 왔어》에서 알베르토는 방송에서 보여 준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호감 가는 외국인이 전하는 매력적인 이야기여서 책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외국인이 전하는 성공담 이상의 메시지가 있다. 그가 《널 보러 왔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바로 삶에 쉼표를 찍으라는 것이다. 그가 다롄에서 유학을 마치고 중국 여행 중에 만난 베트남계 미국인이 해줬다는 말은 알베르토의 인생을 관통하는 한마디가 된다. “In order to continue, you have to discontinue(계속 가려면 중단해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절대 멈추면 안 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살아왔다. 알베르토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 발을 멈추면 가라앉을 것이라는 압박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그때 들었던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유학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취직을 해야 했지만, 알베르토는 여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 그리고 사랑이었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미지와 다르게 알베르토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사랑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한국을 먼저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그에게 ‘쉼표’를 찍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는 사랑을 위해 한국을 찾은 로맨틱한 이탈리아 사람이기도 하지만, 모험가이기도 하다. 방송에서 알려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빼면 그가 한국에서 처음 겪었을 막막함은 누구도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알베르토 몬디라는 사람은 진지하게 한국을 공부하면서 정해지지 않았던 미래를 자신의 무대로 바꾸었다.
이 책의 제목인 “널 보러 왔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자 친구에게 했던 고백이자, 한국을 보고 공부하기 위해 왔다는 의미다. 알베르토에게 사랑과 한국에 대한 공부는 별개의 것이 아닌 등치의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할 선택을 하면서도 그 선택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알베르토가 전하는 이야기는 멀리서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성공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평범함을 거부한 모험가의 인간 극장이다. 《널 보러 왔어》는 알베르토의 인간 극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객석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의 작은 중세 도시 미라노에서 나고 자랐다. 베네치아국립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강원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한국에 거주 중이다. 철학과 문학, 축구와 음악, 그리고 여행을 사랑한다. 2014년부터 방송인으로 활동 중이며, 현재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7년에는 이탈리아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이탈리아의 사생활》을 펴냈다.
프롤로그_완벽한 곳과의 이별
1장. 유일한 행복은 기대하는 것
어쨌든 바람은 불지
“중국에나 가라!”
처음 본 ‘진짜 세상’
이탈리아 군대가 불렀다
알베가 돌아왔다
2장.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아무것도 없다니!
《논어》는 읽어도 중국어는 못합니다
묘한 자유
한국, 왜 이리 낯설지 않지?
짝사랑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치타 다르테(Citta’ D’arte)
3장. 여행을 떠나야 보이는 것들
나는 어른일까?
내 안의, 우리 안의 약한 고리들
칼에 찔리지 않았으니 다행이야
뜻밖의 모스크바
그곳에 사람이 있었네
어둠의 세상
4장. 여기가 그녀의 나라입니까?
“여기서 제일 예쁜 여자는 누구?”
굿바이! 유럽의 상식들
봄이 흐르는 냇가, 봄시내
추석 기행
내년은 망했어
뜻밖의 놀라운 행운
“이탈리아 남자는 다 바람둥이”
“메뉴에 없어서 안 됩니다”
허니문 아일랜드, 제주
알베의 법칙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슨 소리야? 알베, 정신 차려!”
취업 준비생이 되다
5장. 월급은 달콤하지만 밥벌이는 씁쓸한 이유
내가 그 회사를 포기한 이유
고시원 생활자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기
알베투어
소리 없는 쇼
“보증금 좀 빌려주세요”
첫날밤(feat. 8명)
밤을 잊은 그대, 주류 영업 사원
이탈리아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것들
알고 보니 곤란한 자리
사장님, 그건 ‘갑질’이에요!
인생을 바꾼 결정
고기도 생선도 아닌 상황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
에필로그_네가 놓치는 모든 것은 잃어버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