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_ 드라마에 대한 교육학적/인문학적 분석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막을 내렸다. 그저 드라마일 뿐이었는데, 스카이캐슬은 상품으로, 코디 섭외로, 급기야 마지막 회 재제작을 바라는 청와대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생활에 개입하고, 삶을 바꾸고, 화제를 이끌었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낳게 했을까? 이 책은 이런 현상의 근원으로서의 입시욕망에 대해 다룬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는, 대학을 가기 위한 제도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그 안에서 두려움과 분노와 즐거움이 창출되는, 그렇게 하여 '한국사람'을 찍어내는 틀이다. 입시를 둘러싼 경쟁을 통과하며 우리는 겨우겨우, 혹은 치열하게 스스로를 형성한다. 한 사람의 정체성이란, 그를 주체로 구성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시선과 부딪힘과 어루만짐의 묶음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 책은 우선 스카이캐슬의 인물들을 분석한다. 강준상은 '헐렁한 마마보이'로, 차민혁은 '괴팍한 출세주의자'로, 한서진은 '영리한 헬리콥터맘'으로, 노승혜는 '우아한 가정 수호자'로 규정된다. 이런 인물들은 의외로 우리를 닮았다. . 2부에서는 이 인물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입시문법을 살펴본다. 이는, 체계적으로 '교육'을 질식시키는, 입시와 관련한 우리사회의 욕망의 문법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나아가 3부에서는 스카이캐슬 가족들을 분석한다. 예서네와 차교수네, 진진희네와 우주네는 어떤 '가족 역동'을 가지고 있는가? 입시로 인한 가족의 역기능적 소통이 주제가 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스카이캐슬 가족들의 소통을 교육학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정민승 교수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입시문제를, 드라마라는 매체를 경유하여 성찰적으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라마가 내보인 대한민국 입시의, 엄마들의, 가부장들의, 경쟁의 민낯에 대한 분석을 통해,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실천적 논의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스카이캐슬, 그 허망한 천공의 성
스카이캐슬에서 우리는 우리가 거쳐온, 혹은 아이들을 몰아넣는 입시를 본다. 어릴 적 여러 경험과 즐거움, 어려움과 잘잘못들을 떠올린다. 그런 기억들 사이로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는 가장 강력한 힘이 입시다. 그저 행복을 추구했을 뿐인데, 입시의 법칙이 작동하자 모두가 피폐해진다. 영재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차 교수네는 이혼 위기를 맞고, 예서 엄마는 몰락의 공포에 떤다. 우리가 스카이캐슬을 계속 볼 수밖에 없었던 건, 그렇게 스카이를 향해 달리던 가족들이 그 캐슬의 법칙을 정면에서 거부하거나, 거기서 멋지게 벗어나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싸움으로 인해 결국 모든 인간을 제거하고 하늘로 떠올라버린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처럼 말이다. 라퓨타의 주인공 시타는 말한다.
"라퓨타 사람들은 깨달은 거야. 아무리 뛰어난 과학을 가지고 하늘 위에 떠 있어도 땅에 발붙이고 살지 않으면 결국 망한다는 것을."
하지만 스카이캐슬은 그런 결말을 보여주지 못했다. 드라마는 일상으로 가져올 만한 작은 희망이 아니라 가부장적 '정상가족'의 허탈함 속에 끝났다. '악의 축' 김주영은 감옥에 갇히고, 스카이캐슬은 갑자기 각성한 착한 부모들의 웃음이 퍼지는 실현 불가능한 성으로 사라진다. 이를 두고 혹자는 차라리 '최고의 결말'이라 평하기도 했다. 입시제도 개혁의 그 어떤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시타의 말을 교훈 삼아 드라마의 마지막 회를 땅에 발붙이는 첫 회로 삼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제로 삼아 논의가 펼쳐지는 사회를 위해, 때로는 문화물의 '보기'보다 '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학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평생교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방송통신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체성과 젠더, 사회제도와 문화에 대한 교육학적 접근이 다른 어떤 접근보다도 필요하며 유용하다고 믿는다.
학교가 아닌 평생교육의 맥락에서 성인학습자들과 함께한 덕분에, 드라마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
현 한국다문화교육학회 부회장.
전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원회 위원, 교육부 정책자문 위원
여성평생교육회 회장, 한국평생교육학회 부회장.
저서로 <생애발달과 교육> <여성교육론> <성인학습의 이해> <학습사회의 교육학(공저)> <새로운 사회를 여는 교육혁명(공저)> 등이 있고 <촛불집회에 대한 교육학적 말걸기> <디지털 시대의 교육학의 자기변모: 그 특징과 한계> <입시는 어떻게 괴물을 만드는가>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책머리에 ‘우리 예서’들을 위하여 005
1인물들_우리 주변의, 혹은 우리 자신인
‘껍데기’인 아버지들 017
강준상 | 헐렁한 마마보이
차민혁 | 괴팍한 출세주의자
우양우 | 눈치 빠른 순종주의자
껍데기를 스스로 뒤집어쓴 엄마들 030
한서진 | 영리한 헬리콥터 맘
노승혜 | 우아한 가정수호자
진진희 | 귀여운 기회주의자
미워할 수 없는 세 여자 | 귀엽거나 안쓰럽거나 불편하거나
선과 악의 이데아, 입시코디와 동화작가 048
김주영 | 세뇌전문 루시퍼
이수임 | 철없는 미카엘
2스카이캐슬의 입시문법
당신은 학력고사 세대라서 몰라! 067
‘우리 예서’가 사는 방식 075
한서진이 실패한 이유 082
예빈이의 갈림길 088
적어도 사람이라면? 이런 낭만이 있나! 093
‘노콘준상’을 위한 변명 099
그런데 교육부는... 110
그래도 건강한 아이들 114
3캐슬 안의 가족들
“3대째 서울의대 집안” : 예서네 125
“아빠, 밖으로 모셔라” : 차 교수네 137
“입 다물고 있자고” : 진진희네 149
옳아, 그런데 왠지 비호감 : 우주네 156
건강가족 콤플렉스 169
4스카이캐슬, 너머
우리안의 괴물을 부르는 입시욕망 183
입시가족의 영향력 187
스카이캐슬 부모의 소통 습관 : 닦달 192
가족 회복의 시작 지점 198
희생심리 벗어나기 203
‘엄친’ 만들기 207
자신 있게 모퉁이를 돌자! 211
마치며 스카이캐슬, 그 허망한 천공의 성 215
각주 220
참고문헌 224